코드리뷰가 없으면 생기는 일: 내 코드가 정말 맞나?
- 04 Dec, 2025
코드리뷰가 없으면 생기는 일: 내 코드가 정말 맞나?
아무도 내 코드를 안 본다
회사에 개발자가 나 혼자다. 대표는 “풀스택이시니까”라고 했지만, 실제론 온스택이다. 프론트, 백엔드, DB, 인프라, 디자인 피드백까지.
코드리뷰? 없다. 내가 짠 코드는 내가 보고, 내가 머지하고, 내가 배포한다. PR 올리면 자동으로 머지되는 설정. 누가 볼 사람이 없으니까.
처음엔 자유로웠다. “이렇게 짜도 아무도 뭐라 안 하네?” 근데 6개월 지나니까 불안하다. 이게 맞나? 정말로?

3개월 전 내 코드가 이해 안 됨
어제 버그 수정하려고 3개월 전 코드 봤다. 뭔 생각으로 이렇게 짰지?
const processData = (d) => {
const r = d.map(x => x.value)
const f = r.filter(y => y > 0)
return f.reduce((a, b) => a + b, 0)
}
변수명이 d, r, f, a, b다. 주석은 없다. 함수명은 processData. 뭘 process하는지 모른다.
그때는 급했다. 대표가 “오늘 중으로”라고 했다. 일단 돌아가게 짜고 배포했다. 리팩토링은 나중에 하려고 했는데, 나중은 안 왔다.
코드리뷰가 있었다면? “이거 변수명 좀 명확하게 바꾸면 안 될까요?” 한 마디면 됐다. 근데 그 한 마디 해줄 사람이 없다.
지금은 30분 걸려서 이해했다. 원래 5분이면 될 코드를. 혼자 짠 코드를 혼자 해석하는데 30분.
보안은 구글링이 전부
지난주에 JWT 구현했다. 검색해서 코드 복사하고, 약간 수정하고, 테스트하고, 배포했다.
작동한다. 로그인되고, 토큰 발급되고, 인증된다. 끝?
아니다. 며칠 뒤에 우연히 다른 글 보다가 알았다. 내 코드는 refresh token이 없다. 만료 시간도 24시간이다. 보안 헤더 설정도 빠졌다.
당장 서비스가 터지진 않는다. 근데 제대로 된 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걸 며칠 동안 몰랐다.
코드리뷰가 있었다면? “refresh token 구현 안 하셨네요?” “만료 시간 24시간은 좀 긴 것 같은데요?” 이런 피드백 받았을 거다.
지금은? 구글링으로 배운다. 스택오버플로우, 미디엄 글, GPT. 근데 이것도 맞는지 확인해줄 사람이 없다. 그냥 믿고 쓴다.

성능 최적화는 터지고 나서
서비스 느려졌다. 페이지 로딩이 3초 넘게 걸린다. 대표한테 컴플레인 들어왔다.
원인 찾는데 반나절 걸렸다. DB 쿼리였다. N+1 문제. 반복문 안에서 쿼리 100번 날리고 있었다.
for (let user of users) {
const posts = await db.query('SELECT * FROM posts WHERE user_id = ?', [user.id])
user.posts = posts
}
이거 배포한 지 2달 됐다. 유저 적을 땐 괜찮았다. 지금은 유저 500명이다. 느리다.
JOIN으로 한 방에 가져오면 됐다. 근데 나는 2달 동안 몰랐다.
코드리뷰가 있었다면? “이거 N+1 아닌가요?” 배포 전에 잡았을 거다. 근데 없었다. 그래서 2달 동안 느린 서비스 운영했다.
최적화는 항상 터지고 나서 한다. 미리 못 잡는다. 혼자니까.
컨벤션은 내 기분
어제는 camelCase 썼다. 오늘은 snake_case 쓴다. 함수명도 일관성 없다. getUserData, fetch_user, loadUserInfo. 다 같은 기능이다.
eslint 설정? 했다. 근데 급하면 // eslint-disable-line 박는다. 고칠 시간 없으니까.
코드 스타일 가이드? 없다. 내가 만들까 생각은 했다. 근데 나 혼자 지킬 가이드를 왜 만들지?
결과는 코드베이스가 난장판이다. 파일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내가 쓴 코드인데 통일성이 없다.
코드리뷰가 있으면? “컨벤션 맞춰주세요” 한 마디면 된다. 그럼 고친다. 근데 그 한 마디가 없으니까 계속 제멋대로 쓴다.

틀린 줄도 모르고 배포
지난달에 결제 로직 짰다. 테스트했다. 잘 됐다. 배포했다.
일주일 뒤에 CS 들어왔다. “결제는 됐는데 포인트가 안 쌓여요.”
코드 봤다. 로직 순서가 틀렸다. 결제 완료 후에 포인트 적립해야 하는데, 결제 전에 체크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패하면 포인트가 안 쌓였다.
버그다. 명백한 버그. 근데 나는 일주일 동안 몰랐다. 테스트할 때는 성공 케이스만 봤으니까.
코드리뷰가 있었으면? “실패 케이스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물어봤을 거다. 그럼 고쳤다. 배포 전에.
지금은? 버그 터지고 나서 안다. CS 들어오고 나서 고친다. 그 전까지는 모른다.
기술 부채는 계속 쌓임
리팩토링 해야 할 코드 리스트가 notion에 20개 있다. 3개월 전부터 있다. 하나도 안 건드렸다.
왜? 시간이 없어서. 항상 급한 게 먼저다. 신규 기능, 버그 수정, 장애 대응. 리팩토링은 우선순위가 제일 낮다.
근데 코드는 점점 복잡해진다. 임시방편 코드가 쌓인다. “나중에 고쳐야지” 주석이 10개 넘는다.
코드리뷰가 있으면? “이거 지금 고치는 게 나중에 편할 것 같은데요?” 누가 말해준다. 그럼 우선순위가 올라간다.
혼자면? 내가 판단한다. 그리고 항상 미룬다. 급한 게 먼저니까. 그래서 기술 부채만 쌓인다.
6개월 전 코드베이스보다 지금이 더 복잡하다. 기능은 많아졌는데 품질은 떨어졌다. 혼자라서 막을 수가 없다.
배울 기회가 없음
전 직장에선 시니어가 코드리뷰 해줬다. “이렇게 짜면 메모리 누수 생겨요.” “이 라이브러리 쓰면 더 간단해요.” 배웠다.
지금은? 배울 사람이 없다. 구글링으로 배운다. GPT한테 물어본다. 근데 이게 실무에서 맞는 방법인지 모른다.
예를 들어 상태관리. Redux 쓸까, Zustand 쓸까, Context API로 충분할까? 모른다. 그냥 내가 아는 거 쓴다. 근데 이게 최선인지는 모른다.
코드리뷰가 있으면 배운다. “이 경우엔 이게 더 나아요” 실무 경험이 쌓인 사람이 알려준다.
혼자면? 시행착오로 배운다. 틀려봐야 안다. 효율이 떨어진다.
3년 차인데 실력은 2년 차 같다. 성장이 더디다. 혼자라서.
책임은 오롯이 혼자
장애 터지면? 내 책임이다. 버그 나면? 내 책임이다. 느리면? 내 책임이다.
코드리뷰가 있었다면? 책임이 나뉜다. “이 부분은 제가 못 봤네요” 리뷰어도 일부 책임진다.
혼자면? 전부 내 책임이다. 내가 짜고, 내가 리뷰하고, 내가 배포했다. 틀리면 내 잘못이다.
심리적 압박이 크다. 배포할 때마다 불안하다. “이거 괜찮나?” 확신이 없다. 근데 배포해야 한다. 일정이 있으니까.
그래서 주말에도 모니터링 본다. 슬랙 알림 켜놓는다. 장애 나면 내가 고쳐야 하니까.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휴가도 못 간다. 작년에 3박 4일 갔다가 2일 차에 장애 알림 와서 노트북 열었다. 해결하는데 4시간 걸렸다. 휴가가 아니었다.
그래도 돌아가긴 함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암울하다. 근데 서비스는 돌아간다. 유저도 늘고 있다. 매출도 난다.
코드가 완벽하지 않아도 비즈니스는 굴러간다. 버그 있어도 고치면 된다. 느려도 최적화하면 된다.
완벽한 코드보다 빠른 실행이 중요할 때가 있다. 스타트업이 그렇다. 일단 만들어야 한다.
근데 불안하다. 내 코드가 정말 맞나? 더 나은 방법이 있는 거 아닌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코드리뷰는 완벽을 위한 게 아니다. 확신을 위한 거다. “이 정도면 괜찮아” 누군가 말해주는 거. 혼자서는 그 확신이 없다.
채용 공고는 6개월째
회사는 개발자 뽑으려고 한다. 채용 공고 올렸다. 6개월 됐다. 지원자는 3명 왔다. 면접 봤다. 안 뽑았다.
왜? 연봉이 낮아서. 우리는 4500 제시했다. 지원자는 6000 원했다. 안 맞았다.
대표는 “조금만 더 버텨줘요” 한다. 근데 조금이 6개월이다. 언제까지 버텨야 하나?
다음 개발자 오면? 코드리뷰 해줄 수 있다. 서로 봐줄 수 있다. 책임도 나눌 수 있다. 휴가도 갈 수 있다.
근데 안 온다. 그래서 계속 혼자다.
이직은 고민 중
요즘 이직 생각 많이 한다. 중견 기업이나 좀 큰 스타트업. 개발팀이 있는 곳.
코드리뷰 받고 싶다. 시니어한테 배우고 싶다. 혼자 떠안지 않고 싶다.
근데 망설여진다. 내가 떠나면 이 서비스는? 대표는? 유저들은? 책임감이 발목을 잡는다.
그리고 불안하다. 밖에 나가면 내 실력이 얼마나 되나? 3년 차인데 2년 차 실력이면? 떨어지면 어쩌지?
코드리뷰 없이 3년 일했다. 내 코드가 시장에서 통할까? 확신이 없다.
이력서는 썼다. 아직 안 넣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개발자 오면? 그러다 또 6개월 간다.
코드리뷰는 사치가 아니다. 혼자라서 느낀다. 더 나은 코드보다, 확신이 필요하다. “이거 맞아” 한 마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