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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Dec, 2025
스톡옵션 0.5%, 의미가 있을까? 1년 차 온콜 개발자의 현실
스톡옵션 0.5%, 의미가 있을까? 1년 차 온콜 개발자의 현실 연봉 계산기 켜놨다가 다시 끈다 4800만원. 월급 400만원. 월급통장에 떨어진 숫자는 400만이다. 세금 떼지만 일단 그게 맨손으로 만질 수 있는 돈이다. 스톡옵션은 뭐가 떨어지나.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는다. 계약서에 적혀 있었다. 0.5%. 회사가 성공하면 언젠가 현금이 될 수도 있는 종이다. IPO나 인수합병 때. 근데 "언젠가"는 언제인가. 대표님은 회의할 때 자주 말한다. "2년 안에 시리즈 B 라운드 목표예요." 그걸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정말? 이 회사가? 현재 직원 12명. 개발자는 나 혼자. 기획자 2명. 디자이너 1명. 나머지는 영업이랑 CS. 이게 2년 안에 유니콘이 될 것 같은가. 상관없다. 어쨌든 그 "언젠가"를 기약으로 버틴다.0.5%가 뭔데 스톡옵션 계산기를 켜본다. 인터넷 검색. "스톡옵션 계산 방법". 회사 밸류에이션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회사 밸류에이션이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요... 100억? 150억?" 대표님이 그런다. 투자유치 설명회 때 얘기하는 숫자다. 정확하지 않다. 투자자한테 어떻게 말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0.5% × 150억 = 750만원. 750만원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 상장까지 몇 년? 3년? 5년? 10년? 그동안 월급 400만원으로 산다. 서울 월세 80만원. 통신비. 식비. 의류비 거의 없다. 옷은 회사 T셔츠다. 남는 게 뭐가 있나. 저축 월 150만원 정도? 스톡옵션이 현금이 되려면 기다려야 하니까 저축을 해야 한다. 자본금 없이 정말 "언젠가"만 바라본다. 친구들은 뭐하냐. 대기업은 기본급 5500만원에 보너스. 비상장 회사는? 스톡옵션 5% 받았다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 회사는 작년에 시리즈 D 가서 밸류 2조 됐다. 5% × 2조 = 100억. 내가 받는 게 뭐냐고. 계산기를 다시 끈다. 기분 나빠진다. 급여 구조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정말 의미 있는 스톡옵션을 원한다면" 스타트업 인턴 출신 선배가 말했다. "최소 2%, 그것도 베스팅 기간 없는 거." 베스팅 기간. 우리 계약서에 뭐라고 되어 있나. 못 봤다. 진입할 때 읽지 않았다. 대표님이 "여기 뭔가 사인해주세요" 하면 사인했다. 계약서가 명확하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 어딘가에 작은 글씨로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HR이 없다. 인사팀이 없다. 이 회사에서 계약 관리는 회사 대표가 직접 한다. 지금도 한다. 베스팅 기간이 있다면. 4년. 그럼 내가 4년 동안 여기 있어야 내 스톡옵션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뜻이다. 지금 2년차 중간. 벌써 여기 있기 싫다. 베스팅 기간이 2년이라면. 아직 절반만 내 것이다. 0.5%의 절반. 0.25%. 아니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계약서를 확인한 적 없으니까. "제가 한 번 확인해볼게요."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확인한다. 이런 건 못 한다. 온콜 비용을 환산하면 밤 11시. 알람이 난다. 슬랙 알림음. "서비스 장애입니다. 즉시 조치 부탁드립니다." CS팀이 쓴 거다. 사용자가 신고했고 CS가 대표에게 보고하고 대표가 나한테 슬랙을 친다. 이 과정이 3분. 3분 안에 노트북을 켜야 한다. 장애 대응. 3시간 걸린다. 새벽 2시까지. 그날 밤은 잤나. 아니다. 자다가 또 알람 난다. 4시. 롤백한 서비스가 뭔가 이상하다. 재배포 필요. 자다가 깬다.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그게 월 4~5번 일어난다. 월급을 시간급으로 환산하면. 4800만원 = 월 400만원 = 월 160시간 일 = 시간급 25000원. 장애 대응할 때 시간급은 얼마인가. 새벽 2시다. 인력에이전시라면 새벽 시급은 기본 2배. 50000원? 100000원? 내 경우는 같은 4800만원에 온콜 24/7. 시간급으로 환산하면. 뭐지. 음... 계산이 복잡하다. 포기한다. 내가 번 돈 중 몇 %가 스톡옵션으로 가는가. 아니. 스톡옵션이 내가 버린 시간의 대가인가. 그렇다면 내가 버린 시간의 비용을 청구할 수 있나. 못 한다.밸류에이션이 오르는 건 맞는데 회사 밸류에이션이 올랐다는 소식은 들었다. 작년 시리즈 A. 50억 밸류. 올해 시리즈 A+. 100억 밸류 (그렇다고 대표가 말했다). 100억이라면. 0.5% × 100억 = 5000만원. 와. 5000만원이다. 그건 내 연봉과 같다. 만약 내년에 200억이 되면? 1억. 2년 뒤 500억? 2.5억. 그럼 진짜 의미가 있지 않나. 2.5억이면 집 낼드린다. 근데 그게 된다면. 그 기간 동안 내 건강은? 수면은? 개인 시간은? 내 나이는 30 전후다. 가장 왕성한 시기를 이 회사에서 쓰고 있다. 만약 실패한다면. 시리즈 A+에서 자금이 2년 안에 떨어진다면. 구조조정. 나 포함. 그럼 스톡옵션은 휴지다. "이 부분 리스크가 있지 않냐"고 대표에게 물을 수 있나. 못 한다. 팀이 나 혼자니까. 모두를 기대게 하는 수식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 수식을 만들었다. 낮은 급여 + 높은 스톡옵션 = 기대. 희망. 인내심. "조금만 더 버티면"이 몇 년이 될 수 있다는 걸 고용주는 안다. "이 회사가 커지면 너는 부자가 돼"라는 말은 약이면서 독이다. 약일 때가 있다. 정말 회사가 크는 경우. 몇 명이 그렇게 됐다. 강남에 집 샀다는 얘기 들었다. 독일 때가 대부분이다. 회사 망했다. 스톡옵션 종이 조각. 나이는 30을 넘었고 이력서에는 "스타트업" 두 글자만 있다. 경력이 쌓여있나. 아니다. 스타트업은 1인 개발자여서 코드리뷰를 받지 못한다. 기술 트렌드를 놓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여유가 없다. 3년 뒤 "이 기술은 너무 구식인데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스톡옵션을 기다린다. 내 포함. 왜냐면 월급 4800만원은 서울에서 "중간"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신입 월급이 300만원이라면. 스타트업 풀스택 개발자는 400만원이 합리적인가. 월 100만원 더 받는다. 대신 무엇을 포기했나. 1인 개발팀. 온콜 24/7. 코드리뷰 없음. 휴가 갈 수 없음. 공식 업무 시간 외 일(기획, CS 상담, 배포, 모니터링). 이걸 월 100만원의 가치로 계산하는가. 아니다. 스톡옵션으로 보상받는다. 나중에. 언젠가. 그게 말이 되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모두가 이렇게 한다. 재정적 자유의 환상 "5년 안에 exit하면 각각 1~2억씩 가져갈 거예요." 대표님이 회의에서 말했다. 회의실 분위기가 한 번에 좋아졌다. 사람들이 웃는다. 1~2억이면. 서울에서 전세금이 된다. 또는 명동 원룸을 살 수 있다. 5년을 버티면 그게 된다고 약속하는 셈이다. 5년. 나는 지금 29살이다. 5년 뒤면 34살이다. 결혼은? 아이는? 휴가는? 전부 미룬다. "회사가 성공할 때까지." 친구는 27살에 결혼했다. 28살에 아기를 낳았다. 아내는 육아휴직. 대출로 반전세를 샀다. 그래도 그 친구가 나보다 행복해 보인다. 왜냐면 그 친구는 지금을 살고 있고 나는 "나중"을 산다. 재정적 자유를 위해 현재의 자유를 포기한다. 현재의 자유 = 시간. 건강. 관계. 일상. "5년 뒤 1~2억으로 그걸 다 되찾을 수 있나"라는 건 나이에 달려 있다. 39살에 1억이 있어 봐야. 지난 10년은 돌아오지 않는다. 건강도. 20대의 시간도. 현실이 부딪힐 때 계약서를 다시 읽어보기로 한다. 슬랙에서 HR 담당자한테 물어본다. 근데 HR 담당자가 있나. 없다. 대표에게 묻는다. "스톡옵션 베스팅 기간이 몇 년이었더라요?" "아 네. 4년이에요. 그리고 클리프 1년." 클리프? "1년 안에 나가면 스톡옵션 못 받아요." 아. 1년 이내에 나가면 0%. 1년 넘으면 25%. 2년 50%. 3년 75%. 4년 100%. 지금 1년 10개월. 2개월 뒤면 25%가 25%에서 50%가 된다. 그 2개월이 길다. 휴가를 신청하려니 대표가 "지금은 좀 어려워요"라고 한다. "장애 대응이..." 항상 그렇다. "지금은" 어렵다. 내일도 어렵다. 모레도. 다음 달도. 내년도. "지금은"이 4년을 채우나. 그럼 베스팅이 100%가 되는 건 언제냐. 4년 후. 그때까지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나. 모르겠다.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거울 인턴 때 다니던 대기업 선배와 커피를 마신다. "넌 왜 스타트업 갔어?" "더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선배가 웃는다. "스톡옵션 때문이지." 맞다. 숨기지 않는다. 선배는 대기업에서 개발자 30명 중 한 명이다. 월급 600만원. 보너스 3개월치. 스톡옵션 없다. 대신 휴가를 간다. 연 20일. 다 쓴다. 여행 가고 친구 만나고 쉰다. 코드리뷰를 받는다. 선임 개발자 4명이 본다. "여기 더 나을 수 있어요" 피드백이 나온다. 기술을 배운다. 장애 터져도 온콜이 아니다. 교대다. 선배 나이가 32살. 결혼했다. 아내는 회사원. 딸이 2살. "너도 결혼해야 해. 우리 대표한테 인사 좀 받고." 웃고 넘긴다. 선배가 정말 의미하는 건 뭔가. "충분히 벌고 충분히 쉬어. 스톡옵션 같은 건 버려. 현재가 최고야." 그런데 내가 그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현재가 충분한 것처럼 느껴질까. 월급 600만원은 내 월급에 100만원만 더한 거다. 근데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그 100만원이 가치가 있나. 있다. 지금은 없는데, 나중에 있을 거야. 그 "나중"이라는 게... 선배는 "절대로 안 온다"고 한다. 내가 이걸 쓰는 이유 3년이 흘렀다. 아직 여기 있다. 베스팅은 얼마나 차가 났나. 내년 여름쯤이면 75%. 또 1년 버티면 100%. 그 1년을 버틸 수 있나. 정말 모르겠다. 밤 3시다. 또 알람이 났다. DB 쿼리가 느려져서 서비스가 먹통이라고 한다. 나만 고칠 수 있다. 노트북을 킨다. 우리 회사 밸류가 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억이라고. 확인 안 했다. 0.5% × 200억 = 1억. 1억. 아직도 먼 나라 같다. 1년 후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면 뭐라고 생각할까. 또 버텼으면 좋겠다. 버티는 게 맞기를. 근데 정말 그럴까. 쿼리를 최적화하고 배포하고 다시 테스트한다. 시간은 아침 5시. 새벽 공기가 차다. 창밖은 까만데 한두 개 불빛이 켜져 있다. 다른 누군가의 스타트업도 똑같은 시각일 거다. 그들도 스톡옵션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모두가 "나중"을 기다린다. 정말 그 "나중"이 올까. 와도 좋고 안 와도 진짜 좋을 것 같다.내일도 온콜이고 내일도 기다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