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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대기업 갔으면 좋았겠어' - 대답할 말이 없다

부모님: '대기업 갔으면 좋았겠어' - 대답할 말이 없다

부모님: '대기업 갔으면 좋았겠어' - 대답할 말이 없다 명절이 두렵다 명절 전날 대표한테 슬랙 온다. "내일 점검 있으니까 노트북 챙겨가세요." 챙긴다. 고향 가는 KTX에서도 AWS 콘솔 확인한다. 비용이 또 올랐다. 친척들이 모인다. "요즘 어디 다녀?"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거기 이름이 뭔데?" 설명한다. 아무도 모른다. "직원이 몇 명인데?" 12명이라고 한다.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아버지가 끼어든다. "대기업은 안 갔어?" 떨어졌다고 한다. "재수하지 그랬어." 경력 쌓고 있다고 한다. "그게 경력이야?" 할 말이 없다. 어머니는 다르게 접근한다. "요즘 잘 자?" 못 잔다고는 못 한다. "밥은 먹어?" 편의점 도시락 먹는다고는 못 한다. "얼굴이 왜 그래?" 거울 안 봤다.설명할 수 없는 것들 "성장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 표정이 안 좋다. 무엇을 성장이라고 해야 할까. React 마스터했다고? Node.js로 서버 구축했다고? AWS 인프라 전체를 혼자 관리한다고? Docker 컨테이너 최적화했다고? 부모님 세대는 이해 못 한다. 아버지는 제조업 다니셨다. 30년 한 회사. 어머니는 공무원이셨다. 정년퇴직. 둘 다 '안정'이라는 걸 아신다. 내가 하는 일은 안정과 거리가 멀다. 어제 밤 서버 터졌다. 새벽 4시에 고쳤다. 오늘 아침 출근해서 또 일했다. 이게 성장인가? 경험인가? 아니면 그냥 착취인가? "풀스택 개발자예요." 설명한다. "그게 뭔데?" 질문 온다. "프론트도 하고 백엔드도 하고 인프라도 해요." "그럼 사람을 세 명 뽑아야 하는 거 아니야?" 맞다. 근데 우리는 안 뽑는다. 연봉 얘기가 나온다. 4800만원. 서울에서 혼자 살기에 빠듯하다. 월세 80만원, 관리비 10만원, 식비 40만원, 통신비 7만원, 카드값 30만원. 남는 게 없다. "대기업 가면 초봉이 얼마야?" 삼촌이 묻는다. 6500만원쯤? 게다가 복지가 다르다. 사내 식당, 기숙사, 헬스장, 동호회, 명절 상여금, 휴가비. 우리는? 없다. "스톡옵션 있어요." 말한다. "그게 뭔데?" "회사 주식이요. 0.5%요." "회사가 상장해?" 아니요. "그럼 휴지 조각 아니야?" 할 말이 없다.요즘 잘 자고 먹어? 어머니의 질문이 제일 답하기 어렵다. 잘 자냐고? 어제 새벽 2시에 잤다. 오늘 7시에 장애 알림 울렸다. 노트북 켜서 확인했다. DB 커넥션 풀이 터졌다. 재시작하고 모니터링했다. 10시에 출근했다. 지난주는 더 심했다. 월요일 밤 11시에 배포했다. 화요일 새벽 3시에 롤백했다. 수요일 밤 1시에 재배포했다. 목요일 새벽 4시에 또 터졌다. 금요일은 기억이 안 난다. 수면 패턴이 망가졌다. 침대에 누우면 슬랙 알림 생각난다. 눈 감으면 에러 로그가 보인다. 꿈에서도 코드를 친다. 일어나면 피곤하다. 먹냐고? 아침은 못 먹는다. 일어나면 출근 시간이다. 점심은 배달 시켜서 모니터 보면서 먹는다. 키보드에 국물 튄다. 저녁은? 퇴근이 언제인지 모르니까 편의점 도시락이다. 요즘 위가 안 좋다. 속이 쓰리다. 커피를 하루 5잔 마신다. 에너지 드링크 2캔 추가. 물은 잘 안 마신다. 컵라면 자주 먹는다. 치킨은 주 2회. 건강검진 결과 나왔다. 의사가 말한다. "수면 부족, 스트레스 과다, 위염, 영양 불균형." 약 처방받았다. 안 먹는다. 먹을 시간이 없다. "병원은 가?" 어머니가 묻는다. 시간이 없다고 한다. "주말에라도 가." 주말에도 일한다고는 못 한다. "얼굴색이 안 좋아." 안다. 거울 보면 나도 놀란다.대기업 동기들 대학 동기 단톡방이 있다. 요즘 조용하다. 다들 바쁘다. 종종 소식이 올라온다. "팀장님이 칭찬하셨다." "프로젝트 마무리했다." "해외 출장 간다." 좋아요 누른다. 부럽다. 한 녀석이 물어본다. "너 아직 거기야?" 응. "힘들지 않아?" 힘들다. "이직 안 해?" 하고 싶다. "우리 회사 오면?" 지원했다. 떨어졌다. 그 녀석 연봉이 7500만원이다. 3년 차에. 나보다 2700만원 많다. 복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사내 식당, 헬스장, 수영장, 도서관, 카페. 야근하면 택시비 나온다. 우리는? 자비다. 휴가도 다르다. 그 녀석은 연차 15일에 리프레시 휴가 5일. 총 20일. 나는? 연차 10일인데 못 쓴다. 쓰면 서비스 터진다. 대체 인력이 없다. 복지 포인트라는 것도 있다. 연 300만원. 도서 구매, 문화생활, 자기계발에 쓴다. 우리 회사는? 커피 무제한. 그게 복지다. 작년에 그 녀석 만났다. "너 왜 그렇게 말랐어?" "요즘 바빠서." "야근 많아?" "음." "그래도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대박 아니야?" "그러게." 대박. 언제? 어떻게? 우리 MAU가 5만이다. 3년째 정체다. 투자 유치? 작년에 시리즈 A 받았다. 30억. 다 쓴다. 다음 라운드는? 모른다. 상장? 대표는 3년 안에 한다고 했다. 2년 지났다. 실적은? 적자다. 매출은 늘고 있다. 근데 비용이 더 빨리 는다. 손익분기점은? 언제일지 모른다. 책임감이라는 올가미 이직하고 싶다. 진심이다. 이력서 써놨다. 포트폴리오 정리했다. 근데 지원을 못 한다. 왜? 책임감 때문이다. 내가 나가면 서비스 멈춘다. 진짜로. 개발자가 나 혼자다. 코드베이스 전체를 내가 안다. 인프라 접근 권한도 나만 있다. DB 스키마도 내가 설계했다. API도 내가 만들었다. 대표가 말한다. "곧 채용할 거예요." 6개월째 같은 말이다. 공고는 올렸다. 지원자는? 거의 없다. 면접은? 몇 명 봤다. 합격은? 없다. 왜 안 뽑히나. 연봉이 낮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4000만원이다. 경력 3년 개발자한테. 대기업은 6000만원 준다. 당연히 안 온다. 기술 스택도 문제다. "풀스택 가능하신 분" 이게 공고다. 프론트, 백엔드, 인프라 다 해야 한다. 지원자가 묻는다. "팀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개발자 1명이요." "...네?" 다음 날 불합격.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나가면? 서비스 죽는다. 유저 5만 명 피해 본다. 투자자들 화난다. 대표 힘들어진다. 동료들 실직한다. 그래서 못 간다. 책임감이다. 아니, 죄책감이다. 어머니는 이해 못 한다. "회사가 너한테 책임감 느끼냐?" 모른다. "너 쓰러지면 회사가 챙겨주냐?" 안 준다. "그럼 네가 왜?" 모르겠다. 성장이라는 착각 "그래도 배우는 게 많잖아." 이렇게 위로한다. 스스로를. 배웠다. 많이. React, Node.js, PostgreSQL, Redis, AWS, Docker, Kubernetes, CI/CD, 모니터링, 로그 분석, 보안, 성능 최적화. 3년 동안 엄청나게 성장했다. 기술적으로. 혼자 풀스택 서비스 만들 수 있다. 인프라 구축할 수 있다. 장애 대응할 수 있다. 24시간 온콜 돌릴 수 있다. 근데 이게 성장인가? 아니면 생존인가? 대기업 동기들은 다르게 성장한다. 체계적으로. 한 분야 깊게 판다. 시니어한테 배운다. 코드 리뷰 받는다. 스터디 한다. 컨퍼런스 간다. 교육비 지원받는다. 나는? 혼자 부딪힌다. 스택오버플로우가 멘토다. 구글이 선배다. 새벽 3시 에러 로그가 스승이다. 코드 리뷰? 없다. 내가 틀렸는지 맞는지 모른다. 기술 부채가 쌓인다. 보인다. 리팩토링하고 싶다. 시간이 없다. 테스트 코드 짜고 싶다. 여유가 없다. 문서화하고 싶다. 마감이 급하다. "빨리 만드세요." 대표가 말한다. "제대로 만들고 싶은데요." "일단 돌아가게 만드세요." 그렇게 만든다. 기술 부채 쌓인다. 나중에 고치자. 나중은 안 온다. 6개월 전 코드 본다. 내가 짠 건데 이해 안 된다. 주석이 없다. 변수명이 엉망이다. 로직이 복잡하다. 고치고 싶다. 근데 건드리면 터질 것 같다. 그냥 둔다. 이게 성장인가? 기술 부채 관리자가 된 건가? 부모님한테 설명할 수 없다. "요즘 뭐 배워?" "음... Kubernetes요." "그게 뭔데?"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이요." "...너 밥은 먹어?" 결국 여기로 온다. 밥은 먹냐. 잘 자냐. 건강하냐. 대답할 말이 없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그래도 못 나간다. 아직은. 이유가 있다. 스톡옵션 0.5%. 휴지 조각일 수도 있다. 근데 만약? 만약 회사가 대박 나면? 만약 상장하면? 만약 인수되면? 0.5%면 얼마나 될까. 회사 가치가 1000억 되면 5억. 2000억 되면 10억. 꿈같은 얘기다. 근데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래서 못 나간다. 또 다른 이유. 3년 버텼다. 여기서 포기하면 아깝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뭔가 달라질 것 같다. 착각이다. 알면서도 믿는다. 그리고 솔직히. 이직이 무섭다. 대기업 가면 나 같은 사람 많다. 경쟁 심하다. 여기서는 내가 유일하다. 필요하다. 중요하다. 착각이지만 좋다. 부모님은 이해 못 한다. "빨리 이직해." "조금만 더요." "몸 망가진다." "괜찮아요." "괜찮은 게 어딨어." 할 말이 없다. 명절 끝나고 서울 온다. KTX 타면서 슬랙 확인한다. 대표한테 메시지 왔다.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 회의 있습니다." 회의 주제는 뭘까. 신규 기능? 또? 리소스는? 나? 일정은? 타이트? 당연히. 핸드폰 보다가 어머니 문자 온다. "잘 도착해. 밥 꼭 챙겨 먹어. 몸 상하면 나중에 후회해." 답장 친다. "네. 걱정 마세요." 거짓말이다. 걱정해야 한다. 나도 걱정된다. 근데 어쩌겠나. 이게 내 선택이다. 맞나? 모르겠다.대기업 갔으면 좋았을까? 모른다. 근데 부모님 답답하신 건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