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깨달음
- 27 Dec, 2025
새벽 3시의 깨달음: 이것만 하고 자야지가 거짓말이었다
새벽 3시의 깨달음: 이것만 하고 자야지가 거짓말이었다 밤 10시의 나는 거짓말쟁이다 "이것만 하고 자야지." 밤 10시 내가 한 말이다. 거짓말이었다. 사무실에 나 혼자 남았다. 다들 7시에 퇴근했다. 대표님도 9시에 나가셨다. "수고하세요" 하시면서. 책상 위에 에너지 드링크 2캔. 아까 편의점에서 샀다. "하나만 마시면 되겠지" 했는데 벌써 반 캔 더 땄다. 해야 할 건 하나였다. 결제 모듈 버그 수정. 30분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새벽 3시다. 결제 모듈은 고쳤다. 근데 할 일이 3개 더 생겼다.버그는 친구를 데려온다 결제 모듈 열었다. 코드 봤다. "아 이거네" 싶었다. 수정했다. 테스트했다. 됐다. 근데 이상했다. 로그를 봤다. 결제는 되는데 알림이 안 간다. "어? 이건 뭐지?" 알림 모듈 열었다. 코드가 이상하다. 3개월 전 내가 짠 건데 왜 이렇게 짰는지 모르겠다. 주석도 없다. 고쳤다. 테스트했다. 이번엔 알림은 가는데 문자 포맷이 깨진다. "미친." 문자 발송 API 문서 열었다. 파라미터가 바뀌어 있다. 언제 바뀐 거지. 공지 못 봤나. 수정했다. 다시 테스트했다. 이번엔 된다. 시계 봤다. 새벽 12시 반. "이제 자야지." 근데 문득 생각났다. 결제 모듈 고치면서 트랜잭션 처리를 바꿨다. 환불 로직도 확인해야 한다. 환불 코드 열었다. 망했다. 여기도 고쳐야 한다.코드는 도미노다 환불 로직 수정했다. 1시간 걸렸다. 테스트 케이스 돌렸다. 3개 실패했다. "아 맞다." 결제 금액 계산 로직을 바꿔서 환불 금액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 포인트 적립도 연동돼 있다. 쿠폰 할인도 있다. 다 뜯어고쳤다. 새벽 2시. "마지막 테스트만." 전체 테스트 돌렸다. 5분 걸린다. 기다리면서 폰 봤다. 슬랙 알림 꺼놨는데도 확인하게 된다. 습관이다. 테스트 통과했다. "됐다!" 기쁘다. 커밋하려고 했다. 근데 문득. "어? DB 마이그레이션은?" 결제 테이블 컬럼 하나 추가했었다. 프로덕션에 반영 안 했다. 지금 배포하면 터진다. 마이그레이션 스크립트 짰다. 조심스럽게. 프로덕션 DB는 건드리면 큰일난다. 로컬에서 테스트했다. 스테이징에서 테스트했다. 새벽 2시 40분. "이제 진짜 끝." 근데 또 생각났다. 이거 배포하면 모니터링 설정도 바꿔야 한다. 에러 로그 포맷이 바뀌었다. 클라우드워치 열었다. 알람 설정 수정했다. 슬랙 웹훅도 업데이트했다. 새벽 3시."이것만"은 없다 배포했다. 프로덕션 로그 지켜봤다. 10분. 에러 없다. 결제 들어온다. 알림 간다. 환불 테스트했다. 된다. "끝났다." 의자에 등 기댔다. 목이 뻐근하다. 손목도 아프다. 책상 정리했다. 에너지 드링크 캔 3개. 과자 봉지 2개.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노트북 덮으려다 멈췄다. 슬랙 봤다. 대표님이 오후 11시에 남긴 메시지. "내일 오전 회의에서 신규 기능 기획 공유할게요. 급한 건 아니니까 다음 주까지만 개발 가능할까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신규 기능. 프론트 새로 짜야 한다. API도 3개는 만들어야 한다. DB 테이블도 추가해야 한다. 5일. 혼자. "이것만 하면 되겠지." 새벽 3시 30분. 또 거짓말한다. 왜 못 멈추는가 집 가야 한다. 알고 있다. 근데 지금 가면 찝찝하다. 배포한 거 모니터링 좀 더 해야 한다. 혹시 모른다. 새벽에 주문 몰리면 어쩌지. 핑계다. 사실 알고 있다. 진짜 이유는 다르다. 나 말고는 없다. 이거 고칠 사람이. 확인할 사람이. 책임질 사람이. 혼자 개발팀이다. 프론트도 나. 백엔드도 나. DB도 나. 인프라도 나. 배포도 나. 장애 대응도 나. 대표님한테 말했다. 3개월 전에. "개발자 한 명 더 뽑아야 합니다." "알아요. 근데 아직 여유가 없어서요. 조금만 버텨주세요." 조금이 3개월이다. 이직 생각한다. 매일. 근데 못 한다. 여기 떠나면 서비스 터진다. 알고 있다. 코드 인수인계 받을 사람도 없는데. 책임감인지 집착인지 모르겠다. 그냥 밤 10시에 "이것만 하고" 시작해서 새벽 3시에 끝나는 게 일상이다. 새벽 3시의 일기 노트북 덮었다. 진짜로. 사무실 불 껐다. 현관문 잠갔다. 엘리베이터 탔다. 밖에 나왔다. 춥다. 12월이다. 편의점 들렀다. 삼각김밥 하나. 우유 하나. 에너지 드링크는 안 샀다. 이제 자야 한다. 집 도착했다. 샤워했다. 침대 누웠다. 폰 봤다. 슬랙 알림 켜졌다. "클라우드워치 알람: CPU 사용률 80% 초과" 일어나서 노트북 켰다. 새벽 4시. "이것만 확인하고 자야지." 또 거짓말이다.밤 10시의 "이것만"은 새벽 3시의 "또 3개"가 된다. 풀스택 개발자의 밤은 길고, 거짓말은 반복된다. 내일도 10시에 "이것만 하고 자야지" 할 것이다. 그리고 새벽 3시에 이 글을 다시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