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않다
- 25 Dec, 2025
월급날도 기쁘지 않다: 스톡옵션이 선물인가 짐인가
월급날인데 기쁘지 않다 오늘 월급날이다. 통장에 320만원 찍혔다. 세전 400만원. 연봉 4800만원을 12로 나눈 금액. 여기에 스톡옵션 0.5%가 있다. 대표님이 말했다. "지금은 적어 보여도 회사 성공하면 큰돈이에요." 그래서 계산해봤다. 회사 가치 1000억 되면 5억. 2000억 되면 10억. 문제는 그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냐는 거다.스톡옵션이라는 선물상자 입사할 때 대표가 말했다. "우리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지금 들어오시면 초기 멤버로 스톡옵션 드립니다." 계약서에 써있었다. 0.5%. "적지 않은 지분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좋아 보였다. 3년이 지났다. 회사는 여전히 스타트업이다. 직원은 12명. 투자는 시드 라운드 10억. 매출은... 물어보지 않았다. 스톡옵션은 내 서랍에 있다. 종이 한 장. 가끔 꺼내본다. 이게 뭔가 싶어서. 계산기를 두드린다. 회사 가치 100억 되면 5천만원. 200억 되면 1억. 1000억 되면 5억. 그런데 언제? 대표는 말한다. "내년에는 시리즈 A 받을 거예요." 작년에도 들었던 말이다. 투자자 미팅 있다고 한다. 나는 데모 준비한다. 버그 없어야 한다. 새벽까지 테스트한다. 미팅 결과는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투자는 안 들어온다. 이게 반복된다.성공하면 누가 개발하나 회사가 성공하려면 서비스가 잘 돌아야 한다. 서비스가 잘 돌려면 개발자가 필요하다. 개발자는 나다. 나 혼자다. 프론트엔드 나. 백엔드 나. 인프라 나. DB 나. 배포 나. 장애 대응 나. 채용 공고는 6개월째 올라가 있다. 지원자는 없다. 연봉 4500만원으로는 안 온다. 회사는 더 못 준다. 그러면 나는 계속 혼자다. 대표가 말한다. "투자 받으면 채용할게요. 그때까지만 버텨주세요." 그때가 언제인데. 시나리오를 생각해본다. 회사가 성공한다. 투자 받는다. 매출 난다. 가치 올라간다. 내 스톡옵션 가치도 올라간다. 좋다. 그런데 그 성공을 누가 만드나. 나다. 혼자서. 24시간 온콜로. 주말도 없이. 휴가도 못 가고. 그렇게 버티다가 회사가 정말 성공한다. 시리즈 B 받는다. 직원 50명 된다. 개발팀 10명 생긴다. 그때 나는 어떤 상태일까. 번아웃. 탈모. 디스크. 불면증. 5억 받고 병원 가는 건가. 아니면 그 전에 쓰러지는 건가.이직 공고를 본다 요즘 채용 공고를 자주 본다. 대기업. 중견 IT. 연봉은 6000만원대. 스톡옵션 없다. 대신 워라밸 있다. 개발팀 10명. 온콜 로테이션. 지원할까 고민한다. 그런데 못한다. 왜냐면. 내가 떠나면 서비스 터진다. 확실하다. 나 말고 아무도 코드 모른다. 배포 프로세스 모른다. 인프라 구조 모른다. 대표한테 이직 얘기하면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할 게 뻔하다. 그리고 덧붙인다. "스톡옵션 생각해보세요. 곧 가치 올라갈 거예요." 이게 함정이다. 지금 떠나면 스톡옵션 날린다. 3년 베스팅 채우려면 1년 더 있어야 한다. 1년 더 버티면 0.5% 확정된다. 그런데 그 0.5%가 얼마나 될지 모른다. 회사 가치 100억이면 5천만원. 세금 떼면 3천만원. 3년 버티고 받는 3천만원. 연봉 6000만원 회사 가면 1년에 2000만원 더 받는다. 3년이면 6000만원. 게다가 워라밸. 건강. 계산기를 두드린다. 계속 두드린다. 답은 나온다. 그런데 못 떠난다. 책임감 때문이다. 서비스 터뜨릴 수 없다. 대표를 배신할 수 없다. 그래서 남는다. 오늘도. 월급날의 루틴 월급날이다. 통장 확인한다. 320만원. 월세 80만원 나간다. 240만원 남는다. 생활비 100만원. 적금 50만원. 부모님 용돈 30만원. 60만원 남는다. 이 60만원으로 한 달을 버틴다. 외식. 커피. 에너지 드링크. 택시비. 새벽 배달. 저축은 적금 50만원이 전부다. 3년 모으면 1800만원. 친구들은 대기업 다닌다. 연봉 7000만원. 적금 월 200만원. 전세자금 모은다. 나는 스톡옵션이 있다. 0.5%. 위로가 되지 않는다. 대표가 말한다. "올해는 좋은 해가 될 거예요." 작년에도 들었다. 재작년에도 들었다. 슬랙 알림이 온다. 장애다. 금요일 밤 11시. 노트북을 연다. 터미널을 킨다. 로그를 확인한다. 월급날인데 일한다. 추가 수당은 없다. 스톡옵션이 있으니까. 고친다. 배포한다. 모니터링한다. 새벽 2시. 침대에 눕는다. 천장을 본다. 5억. 10억. 회사가 성공하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모르겠다.월급은 찍혔는데 기쁘지 않다. 스톡옵션은 있는데 언제 빛을 볼지 모른다. 그냥 오늘도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