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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 09 Dec, 2025
이직 공고는 6개월째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떠나면 누가?
이직 공고는 6개월째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떠나면 누가? 6개월째 올라가 있는 공고 채용공고 올린 게 2월이었다. 지금 8월이다. "풀스택 개발자 채용합니다. React, Node.js, AWS 경험자 우대.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 합류하실 분." 6개월 동안 지원자 12명. 서류 통과 4명. 면접 본 사람 2명. 합격 통보한 사람 1명. 실제로 온 사람 0명. 마지막 합격자는 처음엔 온다고 했다. 연봉 4500만원에 합의했고, 입사일도 잡았다. 근데 입사 일주일 전에 연락 왔다. "죄송한데요,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조건이 나와서요." 그 '다른 곳'은 네이버였다. 연봉 7000만원에 재택 주 2회. 나도 그쪽 갔을 거다.나도 지원자를 면접 본다 면접관이 되는 건 처음이었다. 대표랑 같이 봤다. 첫 번째 지원자는 신입이었다. 포트폴리오는 괜찮았다. 근데 질문을 하는데 대답이 너무 길었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건..." 5분. 나는 코드를 보고 싶었다. 두 번째 지원자는 경력 2년. 나랑 비슷했다. 기술 질문은 잘 대답했다. 근데 마지막에 물었다. "야근 많나요?" 대표가 "거의 없어요"라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면접 끝나고 대표가 물었다. "어때요?"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 코드를 같이 짜봐야 아는데, 면접에서는 그럴 수 없잖아. 결과적으로 둘 다 떨어졌다. 신입은 급여 협상에서, 경력직은 다른 회사 갔다. 면접 볼 시간도 없다 세 번째 지원자가 왔을 때 나는 장애 처리 중이었다. AWS Lambda가 터졌다. 메모리 초과.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고쳤는데 10시 면접이었다. 씻지도 못했다. 면접장에 들어가면서 대표가 귓속말했다. "상태 좀 그러네요." 안다. 나도 안다. 지원자는 잘 준비해왔다. 우리 서비스도 써봤고, 개선점도 준비했다. 근데 나는 계속 슬랙 알림이 신경 쓰였다. CPO가 메시지 보냈다. "결제 또 안 돼요." 면접 중간에 화장실 간다고 나와서 급하게 코드 수정했다. 5분 만에 배포하고 들어갔다. 지원자는 이상한 눈으로 봤다. 그 사람도 안 왔다. 당연하다. 나도 나한테 안 왔을 거다.채용이 안 되는 이유를 안다 경쟁력이 없다. 간단하다. 우리 회사: 연봉 4500만원, 스톡옵션 0.3%, 재택 월 2회, 혼자 일함, 온콜 24시간. 다른 회사: 연봉 6000만원, 재택 주 3회, 팀 5명, 정시 퇴근, 복지 좋음. 누가 봐도 답은 명확하다. 나도 이직하고 싶다. 대표는 말한다. "초기 멤버니까 성장 가능성이 있죠." 가능성은 밥 먹여주지 않는다. 나도 6개월째 가능성만 먹고 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새 사람 들어오는 게 부담이다. 혼자 짠 코드라서 주석도 없고, 구조도 엉망이다. DB 스키마는 3번 바뀌었고, API는 RESTful하지도 않다. 이걸 설명하려면 한 달은 걸린다. 그 한 달 동안 누가 내 일을 하나. 나다. 결국 더 바빠진다.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가 없다 지난달에 이력서 넣었다. 3곳. 다 좋은 곳이었다. 면접도 2곳 봤다. 분위기도 괜찮았고, 조건도 좋았다. 연봉은 6500만원, 재택 주 2회, 팀은 8명. 근데 오퍼 받고 나니까 고민이 됐다. 내가 떠나면 누가 이 서비스를 운영하나. 대표는? CPO는? 디자이너는? 다들 코드 한 줄 못 짠다. DB 백업 스크립트는 나만 안다. AWS 계정 권한도 나만 있다. 배포 프로세스는 문서화 안 돼 있다. 왜냐면 나 혼자 하니까 문서화할 필요가 없었다. 인수인계를 하려면 최소 2개월. 근데 후임자가 없다. 6개월째 안 구해지는데.죄책감이라는 족쇄 어제 또 장애가 났다. 저녁 8시. 결제 모듈이 터졌다. PG사 API가 바뀌었는데 우리는 업데이트 안 했다. 1시간 동안 결제가 안 됐다. 매출 손실 약 200만원. 급하게 고쳤다. 밤 11시에 해결했다. 대표가 슬랙에 썼다. "수고했어요. 덕분에 해결됐네요." 그 메시지를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도 못 고쳤을 거다. 서비스는 며칠 죽어 있었을 거고, 유저는 다 떠났을 거고, 회사는 망했을 거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여기는 나 없이 하루도 못 돌아간다. 그게 자부심인지 족쇄인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거다. 인생이 멈춰 있다 친구들은 다들 앞으로 간다. 전 직장 동기는 결혼했다. 집도 샀다. 대출 받았지만 그래도 샀다. 나는 월세다. 결혼은 생각도 못 한다. 대학 선배는 팀장이 됐다. 부하 직원 3명 관리한다고 고민한다. 나는 내 코드도 관리 못 한다. 고등학교 친구는 육아휴직 들어갔다.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휴가도 못 쓴다. 3일 쓰려면 2주 전에 말해야 하고, 그 사이에 장애 나면 복귀해야 한다. 다들 삶이 진행되는데 나만 여기 정지돼 있다. 채용공고랑 같이. 대표는 낙관적이다 오늘도 대표가 말했다. "곧 좋은 분 오실 거예요." 6개월째 듣는 말이다. 처음엔 믿었다. 지금은 안 믿는다. "채용 조건 좀 더 올려볼까요?" 예산이 없다. 시리즈A 투자 유치하면 그때 가능하다. 근데 투자 받으려면 서비스가 잘 돌아가야 한다. 서비스가 잘 돌아가려면 내가 있어야 한다. 순환논리다. 빠져나갈 수가 없다. "일단 3개월만 더 버텨봐요. 그때까지 꼭 구할게요." 3개월 뒤엔 또 3개월이다. 알고 있다. 채용공고를 다시 본다 어제 채용공고를 수정했다. 7번째 수정이다. "React, Node.js, AWS 필수" → "React, Node.js 우대" "경력 2년 이상" → "경력 무관" "스타트업 경험자 우대" → "스타트업 관심 있으신 분" 조건을 계속 낮춘다. 그래도 안 온다. 댓글도 달렸다. "여기 개발자 혼자라던데 맞나요?" "야근 많다는 후기 봤는데요." "왜 계속 채용하는 거예요?" 대답할 말이 없다. 다 맞는 말이니까. 오늘도 혼자다 출근했다. 자리는 내 거 하나뿐이다. 옆자리는 6개월째 비어 있다. 노트북 거치대도 먼지 쌓였다. 마우스도 그대로다. 준비는 다 돼 있다. 사람만 없다. 슬랙 알림 왔다. "이거 오늘 중으로 되나요?" 된다. 내가 하니까. "DB 백업 확인 부탁드려요." 확인한다. 나만 할 수 있으니까. "배포 언제 하실 거예요?" 오늘 밤에 한다. 혼자 하니까. 모든 메시지의 끝은 나다. 시작도 나고, 중간도 나고, 끝도 나다. 그래도 채용공고는 여전히 올라가 있다. "풀스택 개발자 채용합니다." 읽을 때마다 웃긴다. 풀스택이 아니라 "대체 인력" 채용이다. 나를 대체할 사람. 나를 해방시킬 사람. 그 사람이 올까. 모르겠다. 와도 적응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오기 전에 내가 무너지진 않을까. 그것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하나다. 오늘도 나는 여기 있다. 혼자서.6개월째 채용공고는 올라가 있고, 나는 여전히 혼자서 모든 걸 한다. 이게 성장인지 정체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버티는 거다. 언젠가 누군가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