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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하고
- 22 Dec, 2025
이직하고 싶은데 미안함이 발목을 잡는다
이직하고 싶은데 미안함이 발목을 잡는다 새벽 4시의 슬랙 알림새벽 4시. 슬랙 알림. "서버 500 에러 나는데요" 일어났다. 노트북 켰다. 로그 확인했다. DB 커넥션 풀 터졌다. 재시작했다. 모니터링 확인했다. 정상화됐다. "해결했습니다" 대표님 읽음 표시. 답은 없다. 다시 누웠다. 잠은 안 온다. 이런 게 일주일에 두 번. 많을 땐 세 번. 온콜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 아니다. 온콜은 돌아가면서 하는 거다. 근데 나밖에 없으니까 365일 온콜이다. 휴가 신청서 작성했다가 지웠다. 세 번째다. 내가 없으면 누가 대응하지. 기획자한테 "서버 로그 좀 봐줘"라고 할 순 없다. 이직 공고 북마크 47개. 지원서는 하나도 안 썼다. 혼자라는 것의 무게 회사 규모는 12명이다. 개발자는 나 하나다. "풀스택 개발자 구합니다" 공고 올린 지 6개월. 서류 통과자 3명. 면접 1명. 결과는 연봉 불일치. 우리가 제시한 금액: 4200만원. 지원자가 원한 금액: 6000만원. 대표님 말씀. "우리 시리즈A 전인데 그 정도는 어렵다. 너도 4800 받잖아." 나도 적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이직 생각 중이다. 그건 말 안 했다. 문제는 채용이 안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면접 볼 시간이 없다는 거다. "다음 주 수요일 2시에 면접 가능하세요?" → 그 시간에 배포 잡혀있다. "금요일 오후는요?" → 주간 회의 후 급한 기능 개발해야 한다. 면접 일정 조율하다가 지원자가 다른 데 합격했다는 연락 받았다. 두 번.코드리뷰가 없다. 내 코드를 볼 사람이 없다. 이게 맞나 싶을 때가 많다. 아키텍처 설계도 혼자. API 명세도 혼자. DB 스키마 설계도 혼자. Reddit에 올렸다. "This is my architecture, what do you think?" 댓글 3개 달렸다. 두 개는 칭찬. 한 개는 "Why are you using this pattern?" 대답 못 했다. 이유가 없다. 그냥 내가 아는 방식으로 했다. 기술 부채가 쌓인다. 보인다. 손 댈 시간이 없다. Todo 주석 47개. "// TODO: refactor this mess" 언젠가 하겠지. 3개월째 똑같은 생각이다. 책임감이라는 족쇄 대표님이 물었다. "우리 서비스 다운타임 99.9% 달성했어. 대단하지?" 그렇다. 대단하다. 근데 그게 나한테 무슨 의미인가. 내가 주말에도 노트북 옆에 있어서 가능한 수치다. 친구 결혼식 갔을 때도 슬랙 켜놨다. 가족 여행 갔을 때도 AWS 콘솔 확인했다. 99.9%는 내 삶의 100%를 갉아먹어서 나온 숫자다. 이직 생각하면 죄책감부터 든다. "내가 떠나면 이 서비스 망하는 거 아닌가." 실제로 망할 것 같다. 코드베이스 이해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배포 프로세스도 나만 안다. AWS 계정 루트 비밀번호도 나만 알고 있다. 문서화? 했다. README 15페이지. 배포 가이드 8페이지. 아키텍처 다이어그램 3개. 근데 이걸로 새 사람이 바로 투입될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6개월 동안 쌓은 맥락을 문서로 전달하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경험해봐서 안다.대표님은 좋은 분이다. 진짜다. 생일 때 케이크 사주셨다. 명절 보너스 50만원 주셨다. "고생 많다"는 말 자주 하신다. 근데 그게 내 커리어를 희생할 이유가 되나. 동기들 연봉 들었다. 네이버 6800만원. 카카오 7200만원. 쿠팡 7500만원. 나는 4800만원에 24시간 온콜이다. "스타트업이니까 성장 가능성 봐야지" 1년 전에도 시리즈A 준비 중이었다. 지금도 준비 중이다. 언제 되는 건지 모른다. 스톡옵션 0.5%. EXIT 되면 얼마나 받을까. 계산해봤다. 기업가치 500억 가정하면 2억5천. 세금 떼면 1억5천. 근데 EXIT 확률이 얼마나 되는데. 10%? 5%? 기댓값 계산하면 750만원에서 1500만원 사이다. 1년에 1500만원 덜 받으면서 3년 버티면 손해다. 대표님은 모른다 "개발 리소스 부족해서 이번 기능은 다음 달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대표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럼 우리 투자 유치 일정이 늦어지는데. 조금만 더 힘내줄 수 있어?" 힘내달라. 이미 한계다. 주 60시간 일한다. 법정 근로시간 40시간. 연장 20시간. 야근수당? 없다. 스타트업이니까. "우리 다 같이 고생하는 거잖아. 나도 밤늦게까지 일하고" 아니다. 다르다. 대표님이 밤늦게까지 하는 일은 투자 PT 만들기다. 미팅 준비다. 전략 수립이다. 내가 밤늦게까지 하는 일은 버그 잡기다. 서버 모니터링이다. 긴급 배포다. 대표님은 새벽 4시에 슬랙 알림 안 받는다. 주말에 AWS 비용 걱정 안 한다. 배포 실패해서 롤백하느라 식은땀 안 흘린다. "개발자 한 명 더 뽑으면 되지 않아?" 그렇다. 뽑으면 된다. 근데 6개월째 안 뽑히고 있다. 연봉 올려주면 뽑힌다. 근데 그럴 돈은 없다고 한다. 결국 내 몸값을 깎아서 회사를 유지하는 구조다. 이직 준비는 또 다른 야근 포트폴리오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깃헙 정리. README 작성. 사이드 프로젝트 배포. 기술 블로그 글쓰기. 언제 하나. 퇴근하면 10시다. 씻고 먹으면 11시. 그때부터 이력서 쓰나. 불가능하다. 주말? 주말에는 밀린 개인 공부해야 한다. 기술 부채 갚듯이 지식 부채도 갚아야 한다. 요즘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 Next.js 14 나왔는데 우리는 아직 Create React App이다. TypeScript 제대로 쓰고 싶은데 시간 없어서 any 남발이다. 면접 가면 물어볼 거다. "최신 기술 트렌드 어떻게 따라가세요?" 대답할 수 있나. "퇴근하고 새벽까지 공부합니다"? 아니면 "사실 못 따라갑니다"? 둘 다 답이 아니다. 채용 공고 보면 요구사항이 무섭다. "TypeScript, NestJS, GraphQL, Docker, k8s, CI/CD, 테스트 코드 작성 경험" 나는? React, Node.js, REST API, Docker. 테스트 코드는 중요한 것만. k8s는 해본 적 없다. 경력 3년치 이력서인데 신입보다 못한 것 같다. 여기서 뭘 배웠나. 빠르게 기능 만드는 것? 혼자 모든 걸 하는 것? 이게 커리어가 되나. 미안함의 정체 밤에 생각했다. 왜 나는 미안한가. 회사에 미안한가. 아니다. 회사는 나한테 미안해야 한다. 한 사람 몫값으로 세 사람 일을 시켰으니까. 대표님한테 미안한가. 조금. 근데 그분도 사업가다. 리스크 관리 못 한 건 그분 책임이다. 동료들한테 미안한가. 이것도 조금. 근데 그들도 각자 커리어 있다. 내가 떠나도 각자 길 찾을 거다. 결국 나한테 미안한 거다. "3년을 여기 썼는데 이렇게 떠나도 되나" "스톡옵션 포기하고 가는 게 맞나" "다음 사람 올 때까지는 버텨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전부 나한테 하는 변명이다. 진실은 간단하다. 무섭다. 이직이 무섭다. 새 회사 가면 잘할 수 있을까. 3년 동안 혼자 일했는데 팀워크 할 수 있을까. 코드리뷰 받으면 다 까일 것 같다. 여기서는 내가 최고다. 유일하니까. 새 회사 가면 그냥 평범한 주니어일 거다. 그게 무섭다. 미안함은 핑계다. 진짜는 두려움이다. 떠나도 된다 Reddit에 물었다. "Am I responsible for the company if I leave?" 댓글 30개 달렸다. 전부 비슷한 내용이다. "No. You're not the founder." "They should have hired a backup." "Your career > their business." "You don't owe them anything beyond your contract." 그중 하나가 인상 깊었다. "If you got hit by a bus tomorrow, they would figure it out. So you can leave, and they will figure it out too." 맞다. 내가 내일 사고 나면? 회사는 어떻게든 한다. 프리랜서 구하든, 외주 주든, 서비스 축소하든. 그럼 내가 이직한다고 해도 똑같다. 어떻게든 한다. 내 책임이 아니다. 처음부터 아니었다. 대표님이 개발자 한 명으로 회사 돌리겠다고 결정한 거다. 나는 그 결정에 동의한 적 없다. 그냥 일한 것뿐이다. 지금 당장 사표 쓸 순 없다. 인수인계 준비해야 한다. 최소 2달은 필요하다. 문서 정리했다. 배포 자동화 스크립트 만들었다. 온보딩 가이드 작성했다. 이 정도면 됐다. 완벽할 순 없다. 완벽하게 만들려면 또 6개월 걸린다. 이력서 썼다. 포트폴리오 정리했다. 채용 공고 15곳에 지원했다. 서류 통과 8곳. 면접 일정 잡았다. 대표님한테 말해야 한다. 다음 주에 말한다. "이직 준비하고 있습니다. 2달 후 퇴사하겠습니다." 미안하다. 근데 나는 떠난다.책임감은 덕목이다. 근데 그게 내 인생을 잡아먹게 두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