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드링크 하루 2캔, 내 생명줄

에너지 드링크 하루 2캔, 내 생명줄

에너지 드링크 하루 2캔, 내 생명줄

아침 9시, 첫 번째 캔

눈 뜨자마자 손이 간다. 침대 옆 테이블. 핫식스 250ml.

따는 소리가 익숙하다. 푸슈. 첫 모금. 탄산이 목을 긁는다.

이제 시작이다.

씻지도 않고 노트북 켠다. 슬랙 확인. 새벽 3시에 온 메시지가 있다.

“내일 아침까지 이거 급한데요.”

내일이 오늘이다. 웃긴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기 시작한 게 언제였나. 정확히 기억난다.

2년 전. 첫 스타트업 입사 2주차.

“개발자면 밤샘 정도는 해야지.”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농담 같았다. 진담이었다.

그날 밤 11시까지 일했다. 집에 가니 1시. 씻고 누우니 2시.

다음날 9시 출근. 6시간 잤다. 졸렸다.

동료가 건넸다. 핫식스.

“이거 먹으면 깬다.”

마셨다. 30분 후 정신이 들어왔다. 신기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점심 먹고, 두 번째 캔

12시 반. 점심은 김밥천국. 돈까스 6500원.

먹으면서 노트북 본다. AWS 비용 알림. 또 올랐다.

RDS 인스턴스가 문제다. 쿼리 최적화 해야 하는데.

“오늘 해야지.”

이미 2주째 미루는 중이다.

1시. 사무실 복귀. 졸음이 온다.

점심 먹으면 당연하다. 오후 2시가 고비다.

냉장고를 연다. 레드불. 두 번째 캔.

카페인 함량을 아냐.

핫식스 250ml: 62.5mg 레드불 250ml: 80mg

하루 두 캔이면 140mg 정도.

의학 자료 찾아봤다. 성인 권장량 400mg 이하.

“아직 괜찮네.”

이게 내 논리다.

근데 커피도 마신다. 아메리카노 2잔. 카페인 200mg 추가.

합계 340mg. 권장량 안쪽이다.

“문제없어.”

스스로를 속인다.

오후 4시, 슬럼프

카페인이 떨어진다. 몸이 안다.

집중력이 흐려진다. 코드가 안 보인다.

세 번째 캔을 고민한다.

“참자. 저녁에 마시자.”

10분 버틴다. 안 된다.

냉장고로 간다. 몬스터 에너지 355ml. 카페인 120mg.

“오늘만.”

매일 하는 말이다.

친구가 물었다. 작년에.

“그거 몸에 안 좋다며?”

안다. 당연히 안다.

“끊을 거야.”

3개월째 못 끊었다.

이유가 있다. 끊으면 일을 못 한다.

시도해봤다. 2주 전.

“이번엔 진짜 끊는다.”

첫날. 오전 11시부터 졸렸다.

코드 3줄 쓰는데 30분 걸렸다. 머리가 안 돌아갔다.

점심 먹고 더 심해졌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오후 3시. 대표가 불렀다.

“이 기능 오늘 안에 되죠?”

”…네.”

냉장고로 갔다. 포기했다.

건강검진 결과지

지난달 받았다. 회사 단체 검진.

간 수치. 경계. 혈압. 높음. 수면의 질. 불량.

의사가 말했다.

“스트레스 관리하세요. 카페인 줄이시고요.”

“네.”

대답만 했다.

다음날부터 똑같았다. 아침 1캔, 점심 후 1캔.

바꿀 수가 없었다. 일정이 그대로인데.

혼자 하는 개발. 마감은 촘촘하다.

속도를 낼 방법은 카페인뿐이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

작년에 읽었다. 어떤 개발자 블로그.

“카페인은 빚이다. 지금 집중력을 미래에서 빌려오는 것.”

맞는 말이다. 안다.

근데 미래는 나중 문제다. 지금이 급하다.

오늘 배포 못 하면 내일 회의에서 까인다.

내일 회의에서 까이면 다음 주 일정이 더 빡빡해진다.

악순환이다. 끊을 타이밍이 없다.

밤 10시, 마지막 고민

퇴근 준비한다. 가방에 노트북 넣는다.

집에서 좀 더 해야 한다. 배포 전에 테스트.

냉장고를 본다. 레드불 1캔 남았다.

“가져갈까.”

고민한다. 5초.

가방에 넣는다.

집에 가는 지하철. 캔을 꺼낸다.

차갑다. 아직 안 땄다.

“집 가서 마시자. 진짜 급할 때만.”

11시. 집 도착. 노트북 켠다.

테스트 돌린다. 에러 3개.

“씨발.”

캔을 딴다. 푸슈.

마신다. 익숙한 맛이다.

새벽 2시까지 작업한다. 배포 완료.

침대에 눕는다. 잠이 안 온다.

카페인 때문이다. 당연하다.

유튜브를 켠다. 아무거나 본다.

4시가 돼서야 잔다.

6시간 후 알람이 울린다.

손이 또 간다. 침대 옆 테이블.

새로 산 핫식스 6캔 박스.

“오늘도 화이팅.”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게 정상인가

가끔 생각한다.

이게 정상적인 삶인가.

20대 후반. 건강검진에서 경고.

에너지 드링크 없으면 일 못 함.

주말에도 마신다. 습관이 됐다.

친구들 만나도 들고 간다.

“너 그거 또 마셔?”

“어. 몸이 찾네.”

농담처럼 말한다. 웃긴 게 아니다.

전 회사 선배가 말했다. 2년 전.

“개발자는 체력이다. 건강 챙겨.”

못 챙긴다. 방법을 모른다.

일을 줄일 수 없다. 혼자 하는데.

카페인을 끊을 수 없다. 대안이 없다.

운동? 시간이 없다.

수면? 부족하다. 알고 있다.

건강한 식습관? 웃기는 소리다.

근데 재밌는 게 있다.

회사 냉장고 에너지 드링크.

내가 90% 먹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가끔 한 캔.

나는 하루 2~3캔.

기획자가 물었다. 지난주.

“이거 누가 이렇게 먹어요?”

”…저요.”

“헐. 건강 괜찮아요?”

“괜찮아요.”

거짓말이다.

끊을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이직하면 나아질까. 그것도 모른다.

대기업 가면 야근 없을까. 아니다. 거기도 바쁘다.

스타트업이 문제가 아니다. 개발 문화가 문제다.

“빨리빨리.” “오늘 안에.” “내일 아침까지.”

이게 당연한 세상이다.

버티려면 카페인이 필요하다.

다들 마신다. 커피든 드링크든.

나만 유난히 많이 마실 뿐이다.

언젠가 끊고 싶다.

30살 되기 전에.

아니면 결혼하기 전에.

아니면… 몸이 망가지기 전에.

근데 지금은 아니다.

오늘 마감이 있다. 내일 회의가 있다.

다음 주 배포가 있다.

“나중에.”

또 미룬다.

냉장고에 캔이 4개 남았다.

“내일 사야겠다.”

이미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핫식스 24캔. 무료배송.


오늘도 캔을 딴다. 푸슈. 이게 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