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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콘솔, 내 유일한 악몽의 원천

AWS 콘솔, 내 유일한 악몽의 원천

AWS 콘솔, 내 유일한 악몽의 원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김밥이었다. 회사 근처 편의점 김밥. 3500원짜리 그것. 슬랙을 봤다. 안 봐야 할 걸. 스타트업이라 전사 채널에서 무언가 자꾸 울린다. 어? 빌링 얘기다. 대표가 물었다. "이번 달 AWS 비용이 왜 또 올랐어?" 김밥을 씹는 손이 멈췄다. 입에는 밥이 들어있는데 머리는 이미 AWS 콘솔로 날아가 있었다. 마우스를 쥐었다. 노트북을 켰다. 모니터를 본 순간, 이번 달 비용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6500만원. 지난달은 5800만원이었다. 700만원이 또 올랐다. 뭐를 했는가? 뭐를 했지?"언제부턴데 인프라가 내 일이 됐어?" 내 직함은 풀스택 개발자다. 근데 이게 뭐 하는 일인지 아무도 모른다. 나도 안다. 전부 하는 거다. 프론트엔드를 쓰고, 백엔드를 짜고, DB를 만들고, 클라우드에 올리고, 모니터링하고, 장애 나면 고치고. 그리고 이제 인프라 비용까지 노려보고 있다. 누가 정했냐면, 스스로다. 아니다. 대표가 정했다. "너 클라우드 잘 알잖아. 인프라 봐줄 수 있지?" 첫 날에 "세팅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빅 실수다. 그건 이제 내 책임이 됐다. EC2, RDS, S3, CloudFront, Lambda, 뭔지도 모르는 것들. 다 내 책임. 컴퓨터가 켜지면 나한테 온다. 컴퓨터가 꺼져도 온다. 관리 콘솔에 로그인하는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개발자가 아니다. 나는 DevOps도 아니고 인프라 엔지니어도 아니다. 그냥...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6개월 전에는 몰랐다. 무언가 잘못되면 "아, 뭔가 이상한데?" 정도. 지금은 다르다. AWS 콘솔을 열면 대시보드가 날 쏴다본다. 비용, 비용, 비용. 그래프가 꺾이질 않는다.비용 상승곡선과 내 멘탈 점심에 김밥을 마시고 (물론 씹었지만 마신 기분) AWS 콘솔을 들었을 때, 첫 번째 확인할 것은 역시 청구서다. 아니, 청구서는 월 말에 나온다. 예상 비용. 현재 진행 중인 이 달의 악몽. "Cost Explorer"라는 이름이 웃기다. 마치 비용을 탐험하고 즐기는 것처럼 들린다. 나는 탐험 중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비용 항목을 발견한다.RDS: 왜 이렇게 비싼데? 디비 한 개잖아. 아 근데 자동 백업이 스토리지 3배를 쓰네? EC2: 24시간 켜놓은 t3.xlarge. 혼자 백엔드 서버, 캐시, 배치 작업 다 돌려. 돈을 안 들 수가 없지. NAT Gateway: 존재도 몰랐다. 그냥... 있더라. 월 32만원. 뭐하는 애인데? CloudFront: CDN이라고 하더니 뭔가 계속 비용이 난다. 그 외 모르는 것들: 로깅, 모니터링, 뭐... 뭐하는 애들인데 돈이 자꾸 나온다.사실 대부분은 필요 없다. 근데 없애면 장애가 난다. 자동 백업을 없애면 DB 터지면 끝이다. NAT Gateway를 없애면 프라이빗 서브넷에서 나갈 수가 없다. 뭔지는 몰라도 없애면 안 된다. 그래서 매달 700만원씩 올라간다. 어디서?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알면 뭘 하나? 고칠 게 있나? 없다.독당한 기술 의사결정 스타트업이니까 "비용 최적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가. 개발팀(나)에게. 비용 최적화. 아름다운 단어다. 그래서 뭐를 했나?RDS 자동 백업 주기를 2주 -> 3주로 늘렸다. 누가 2주 백업이 필요한지는 몰라도 일단 줄였다. EC2를 t3에서 t2로 낮추려 했다. 근데 앱이 자꾸 튕긴다. 다시 올렸다. S3 스토리지 클래스를 GLACIER로 바꾸려 했다. 원본 이미지를 다 Glacier에 넣었다. 그다음 날 대표가 이미지를 빨리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돈을 더 써서 복구했다.그 다음부턴 손을 안 댔다. 너무 아프다. 눈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다. 대신 나는 깨달았다. "효율"과 "안정성"은 거의 항상 돈으로 결정된다는 걸. 그리고 그 돈은 항상 내가 마주쳐야 한다는 걸. 대표는 "좀 줄여봐"라고 한다. 개발팀(나)는 "줄이면 터져요"라고 한다. 결국 현상 유지다. 그리고 비용은 해마다 올라간다. 뭐, 서비스가 성장하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매달 확인할 때마다 속이 철렁거린다. 700만원. 그게 내 월급의 15분의 1이다. 콘솔 탭이 자꾸 늘어나는 이유 AWS 콘솔을 켜면 탭이 자꾸 많아진다.Billing Dashboard: 얼마나 썼나 Cost Explorer: 어디에 썼나 EC2 콘솔: 서버 뭐하는지 RDS 콘솔: DB 건강한가 CloudWatch: 로그는 떠 있나 Lambda: 배치 작업 돌고 있나 VPC: 네트워크 어떻게 돼 있나 S3: 파일 경로 맞나 IAM: 권한 누가 뭐 했나 Support: 뭔가 에러가 떴나보통 8개에서 12개 탭 사이를 오간다. 모두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혼자라는 게 문제다. 만약 누군가 인프라를 담당한다면 나는 이 탭들을 절대 열지 않을 것이다. 열 필요가 없으니까. 근데 혼자니까 뭐가 잘못되면 나한테 온다. 그래서 계속 본다. 문제가 없어도 본다. 있을 것 같아서. 장애 나면 AWS 콘솔이 첫 번째 범죄 현장이 된다. "뭐가 터졌어? 여기도? 저기도?" 진짜 터진 건 보통 뭔가 설정이 자동으로 이상해진 거다. AWS 업데이트, 누군가의 실수, 아니면 그냥 "이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같은 내 판단 미스. 그럼 나는 구글링을 한다. StackOverflow를 본다. AWS 공식 문서를 읽는다. 대부분 읽을 수 없다.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결국 "off-on"을 한다. 다시 켰다 껐다 한다. 신기하게 그럼 된다. 70%의 경우. 30%는? 야근을 한다. [IMAGE_4] 매달 월급의 일부가 구름으로 올라간다 4800만원을 받는다. 세금을 떼니까 3600만원 정도다. 월급이 300만원이다. 그런데 AWS 비용이 650만원이다.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돈이다. 내가 받는 월급보다 2배 이상이 인프라에 간다.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근데 이건 내가 정할 일이 아니다. 인프라 비용은 "사업"이다. 내 월급과 다르다. 하지만 내가 챙겨야 한다. "좀 줄여봐" 또 들을 거다. 매달 들을 거다. 그러면 또 뭔가를 없애거나 설정을 바꿀 거다. 그럼 또 뭐가 터질 거다. 그럼 또 밤을 새울 거다. 악순환이다. 근데 악순환인 줄 알면서도 못 빠져나간다. 왜냐하면 이게 내 책임이니까. 누가 물으면 "제가 봐야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매번. 비용 최적화 계획 (3번째) 처음엔 "앗, 인프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다르다. 깨달았다. 공부해봐야 같은 거다. 정보는 많지만 답은 없다. 왜냐하면 최적이란 개념이 없으니까. 있는 건 "트레이드오프"뿐이다.비용 줄이다가 장애 난다. 장애 안 나게 하다가 비용이 올라간다. 비용 최적화하다가 서비스 느려진다. 서비스 빨리하다가 비용이 올라간다.현재 우리는 "적당한 비용에 적당히 괜찮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저 비용 줄일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그 누군가는 보통 개발비는 안 들어본 사람이다. 나는 매달 3번은 AWS 비용 줄이는 계획을 짠다. 계획은 실행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선순위가 항상 "새 기능"이니까. 그럼 다음달엔 비용이 또 올라간다.아직도 AWS 콘솔을 매일 본다 점심을 마치고 노트북을 닫으려던 순간, 또 봤다. Billing 탭. 이번 달은 700만원인가? 아니면 800만원인가? 알고 싶은데 알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 의사가 검사 결과를 내밀려고 할 때 그 기분. 어쨌든 난 본다. 매일.[IMAGE_1] [IMAGE_2] [IMAGE_3] [IMAGE_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