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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투룸 월세 80만원, 그리고 자택 근무의 경계 흐려짐

서울 투룸 월세 80만원, 그리고 자택 근무의 경계 흐려짐

서울 투룸 월세 80만원, 그리고 자택 근무의 경계 흐려짐 집이 사무실이 되는 순간 월세 80만원. 서울 기준으로 괜찮은 편이다. 역세권 투룸. 깔끔하게 이사했다. 6개월 전 일이다. 지금? 여기가 집인지 사무실인지 모르겠다. 침대 옆에 모니터 2개. 책상에 노트북 2대. 거실엔 테스트용 태블릿 3개. 주방 테이블에도 맥북 하나 놓여있다. 왜 이렇게 됐냐고?"재택 하세요. 편하게." 대표님의 배려였다. 처음엔 좋았다. 출퇴근 2시간 세이브. 아침 늦게까지 잘 수 있다. 편한 옷으로 일한다. 2주 정도는 천국이었다. 그런데.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슬랙 확인. 화장실 가면서 노트북 들고 간다. 밥 먹으면서 코드 리뷰. 자기 직전까지 배포. 경계가 사라졌다. 침대가 사무실이 된 이유 침대에서 일하게 된 건 필연이었다. 새벽 4시 장애 알림. 침대에서 일어나서 책상 가기 귀찮다. 그냥 침대에서 노트북 펼친다.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다. 2시간 걸렸다. 그대로 다시 잤다. 노트북 옆에서. 다음 날도 똑같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바로 노트북. 씻기 전에 슬랙부터 확인. "어제 수정한 거 확인 부탁드려요." "긴급 버그 있는데요." "API 응답이 느린 것 같은데." 10시 전에 메시지 20개. 침대에서 답장 보낸다. 그러다 보면 이미 일하는 중이다.책상에 앉는 건 '진짜 일'할 때다. 배포하거나. 중요한 코딩하거나. 미팅 있을 때. 나머지는 침대에서 다 한다. 버그 수정. 코드 리뷰. 문서 작성. DB 쿼리 돌리기. 침대가 편하다. 등 기대고 할 수 있다. 자세 바꾸기도 쉽다. 문제는 잘 때다. 누워서 잔다. 노트북 옆에 두고. 충전기 꽂아놓고. 알람 울리면 옆에 노트북이 보인다. 반사적으로 연다. '어제 커밋 잘 들어갔나.' '로그 확인해야지.' 일어나기도 전에 일한다. 집이 아니다. 사무실이다. 침대 딸린. 거실은 테스트 공간 거실 테이블. 원래는 밥 먹는 곳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태블릿 3개 놓여있다. 아이패드, 갤럭시탭, 킨들. 왜? 반응형 테스트 때문이다. "모바일에서 레이아웃 깨지는데요." 대표님 메시지. 급하게 확인해야 한다. 책상에서 일어나기 귀찮다. 거실 테이블에 태블릿 놓고 테스트한다. 한 번 그러니까 습관이 됐다.거실에도 맥북 하나 놓게 됐다. 왜? 밥 먹으면서 로그 확인하려고. 배달 음식 시켜서 먹는다. 거실 바닥에 앉아서. 노트북 켜놓고. "아 맞다. 저거 수정해야 하는데." 젓가락 놓고 타이핑한다. 밥 식는다. 다시 먹는다. 또 타이핑. 30분 걸릴 식사가 2시간 걸린다. 거실 바닥에 흔적 남는다. 충전기. 케이블. 마우스. 키보드. 에너지 드링크 캔. 과자 봉지. 청소? 주말에 한다. 근데 주말에도 일한다. 그래서 안 치운다. 이제 거실 바닥이 더 편하다. 책상보다. 등 기대고 앉을 데도 많다. 자세 바꾸기도 쉽다. 친구 오면 민망하다. "야, 너 여기서 사는 거 맞아?" 맞다. 사는 건 맞는데. 일도 하는 곳이다. 아니, 일하는 곳인데 자기도 하는 곳이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주방 테이블의 배신 주방 테이블. 제일 깨끗했던 곳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거기도 점령당했다. 계기는 간단했다. 라면 끓여 먹는다. 주방 테이블에 앉는다. 슬랙 알림 온다. "긴급한데 확인 가능하세요?" 라면 먹으면서 노트북 펼친다. 주방 테이블에서. 간단한 수정이었다. 10분 걸렸다. 근데 그게 시작이었다. 다음 날도 라면 끓인다. 주방 테이블. 슬랙 확인. 노트북 펼친다. 이제 습관이다. 주방 테이블에 노트북 상주한다. 왜? 커피 내려 마시면서 작업하려고. 아침에 핸드드립 한다. 10분 걸린다. 기다리면서 뭐 하나. 노트북 펼친다. 커피 내리면서 코드 수정한다. 효율적이다. 시간 낭비 없다. 문제는 식사 시간이다. 밥 먹으러 주방 가면 노트북이 보인다. 자동으로 연다. '저거 빨리 확인하고.' '이것만 고치고 먹어야지.' 밥 식는다. 매번. 배달 음식 시키면 더하다. 치킨 시킨다. 주방 테이블에 놓는다. 노트북 옆에. 한 손으로 치킨 먹는다. 한 손으로 타이핑한다. 키보드에 기름 묻는다. 티슈로 닦는다. 또 묻는다. 이제 주방도 사무실이다. 화장실만 남았다 화장실. 마지막 안식처였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거기도 아니다. 볼일 보면서 슬랙 확인한다. 핸드폰으로. "급한 건 아닌데요..." 그러면서 붙는 업무 요청. 화장실에서 답장 보낸다. "네, 확인했습니다. 30분 안에 처리하겠습니다." 볼일 빨리 끝낸다. 나가서 노트북 펼친다. 샤워할 때도 마찬가지다. 샤워 전에 배포 돌린다. 10분 걸린다고 나온다. "샤워하고 오면 되겠네." 샤워한다. 5분 만에 끝낸다. 나와서 확인한다. 배포 실패했다. 젖은 머리로 롤백한다. 다시 배포한다. 수건도 안 두른다. 그냥 의자에 앉는다. 20분 뒤 성공한다. 그제야 머리 말린다. 머리카락 물 뚝뚝 떨어진다. 키보드에. 닦는다. 또 떨어진다. 이제 샤워 시간도 계산한다. '배포 15분 걸리니까 샤워 10분 안에 끝내야지.' 화장실이 휴식 공간이 아니다. 대기 시간이다. 다음 작업까지의. 밤 12시의 침대 회의 밤 12시. 자야 하는 시간이다. 근데 침대에서 노트북 펼친다. "오늘 것만 끝내고 자야지." 30분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거짓말이다. 2시간 걸린다. 새벽 2시. 이제 진짜 자야 한다. 노트북 닫는다. 충전기 꽂아놓는다. 침대 옆에. 불 끈다. 눈 감는다. 슬랭 알림음. "내일 아침까지 급한데요." 핸드폰 확인한다. 침대에서. "네, 확인했습니다." 노트북 다시 펼친다. 침대에서. 불 안 켠다. 노트북 화면 빛으로 작업한다. 1시간 더 걸린다. 새벽 3시. 완료됐다. 메시지 보낸다. "완료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노트북 닫는다. 다시. 눈 감는다. 다시. 근데 잠이 안 온다. 머릿속에 코드가 돌아간다. '저 부분 리팩토링해야 하는데.' '내일 저거 먼저 수정하고.' 'DB 인덱스도 추가해야 하고.' 침대가 회의실이다. 혼자 하는. 새벽 4시에 겨우 잔다. 8시에 알람 울린다. 침대 옆 노트북이 보인다. '어제 배포 잘 됐나.' 반사적으로 연다. 또 시작이다. 월세 80만원의 의미 월세 80만원. 싸지 않다. 근데 이게 집 값인가. 사무실 임대료인가. 계산해봤다. 하루 24시간. 잠 6시간 빼면 18시간. 그 중 일하는 시간. 평균 14시간. 집에 있는 시간의 78%를 일한다. 사무실이다. 집이 아니라. 80만원. 한 달 30일. 하루 26,666원. 14시간 일한다. 시간당 1,905원. 사무실 시간당 임대료로 치면 싸다. 근데 집으로 치면 비싸다. 2시간밖에 안 쉰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 빼면. 월세 80만원이 아니다. 사무실 임대료 80만원이다. 침대 딸린. 친구가 물었다. "이사 안 해? 더 좋은 데로." 대답 못 했다. 어차피 집이 사무실인데 뭐가 중요한가. 거실이 넓든. 방이 하나 더 있든. 다 사무실 확장이다. 경계가 사라진 공간 일과 삶의 경계. 없다. 공간적 경계도 없다. 침대 = 사무실 거실 = 테스트룸 주방 = 서브 오피스 화장실 = 대기실 집 어디에도 일 안 하는 곳이 없다. 베란다? 거기도 위험하다. 담배 피우면서 슬랙 확인한다. "급한 거 아니면 내일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들어온다. 노트북 펼친다. 결국 한다. 급하지 않아도. 왜? 일하는 게 습관이 됐다. 집에 있으면 자동으로 일한다. 의식적으로 멈춰야 쉰다. 근데 멈추는 게 어렵다. 노트북이 보이면 일한다. 핸드폰 보이면 슬랙 확인한다. 집에서 벗어나야 쉰다. 카페 간다. 노트북 안 가져간다. 핸드폰만. 2시간 앉아있는다. 커피 마신다. 슬랙 알림 온다. 참는다. 30분 참는다. 못 참는다. 답장 보낸다. "지금 밖인데 들어가서 확인하겠습니다." 카페에서 나온다. 집 간다. 노트북 펼친다. 쉬는 시간 끝. 자택 근무의 역설 자택 근무. 좋은 제도다. 이론상으로는. 출퇴근 안 해도 된다. 편한 옷 입는다. 시간 자유롭다. 실제로는 다르다. 출근하면 퇴근이 있다. 사무실 나오면 집이다. 일 끝난다. 자택 근무는 다르다. 출근이 없으니 퇴근도 없다. 일어나면 출근. 자면 퇴근. 24시간 대기 상태다. 언제든 일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언제든 일한다.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밤 11시 메시지. 자택 근무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실제로 괜찮다. 노트북이 옆에 있으니까. 응답한다. 일한다. 자택 근무의 역설이다. 자유로운 것 같지만 더 묶인다. 사무실보다 더 많이 일한다. 왜? 경계가 없으니까. 되돌릴 수 없는 습관 습관이 됐다. 침대에서 일하는 거. 거실 바닥에 앉아서 작업하는 거. 밥 먹으면서 코드 보는 거. 고치고 싶다. 근데 고칠 수가 없다. 혼자 개발자다. 대체 인력 없다. 언제든 대응해야 한다. 그러니까 언제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집이 사무실이 되는 건 필연이다. 선택이 아니다. 생존이다. 친구들 만난다. "너 요즘 어때?" "괜찮아. 재택이라 편해." 거짓말이다. 편한 게 아니다. 갇혔다. 집에. 월세 80만원짜리 사무실에.침대 옆 노트북을 치우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 안다. 치우면 불안하다. 장애 나면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