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도 안전하지 않다: 주말 장애의 공포

금요일 밤도 안전하지 않다: 주말 장애의 공포

금요일 밤도 안전하지 않다: 주말 장애의 공포 금요일 저녁의 착각 금요일 오후 6시. 배포 완료. "이번 주말은 진짜 쉰다." 대표님한테 슬랙 보냈다. "금주 배포 완료했습니다. 주말 푹 쉬세요." 돌아온 답장. "수고했어요 👍" 노트북 덮었다. 가방에 넣었다.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유튜브 봤다. 치킨 시켰다. 맥주 마셨다. 오랜만이다. 이 해방감. 새벽 2시까지 넷플릭스 봤다. 괜찮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토요일의 배신 토요일 오후 2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12시간 잤다. 오랜만에 제대로 잔 느낌. 샤워하고 밥 먹고. '오늘 뭐하지.' 생각하는데. 띠링. 슬랙 알림음. 심장이 멈췄다. "서버 응답 없음 - 프로덕션" 아니. "502 Bad Gateway 발생" 제발. "유저 문의 폭주 중" 씨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노트북 어딨지. 가방. 가방이 어디 있지. 거실 소파에 던져놨던 가방 뒤졌다. 손 떨린다. 부팅되는 30초가 30분 같다. 슬랙 들어갔다. 대표님 멘션 5개. 기획자 멘션 3개. CS팀 멘션 7개. 전부 나한테. "지금 확인 중입니다." 타이핑하는 손이 떨렸다. 주말 장애의 특징이 있다. 혼자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 전부 나한테 온다.파자마 차림의 장애 대응 AWS 콘솔 열었다. CloudWatch 확인. CPU 사용률 98%. 메모리 100%. "또 이거냐." 지난주 추가한 기능. 대표님이 "이거 급해요" 했던 그거. 배치 작업이 멈췄다. 메모리 릭. 근데 왜 하필 토요일 오후냐. 금요일 밤에는 멀쩡했잖아. 파자마 바람에 앉아서 코드 뒤졌다. 머리 산발. 양치도 안 했다. 슬랙에서 계속 울린다. "언제쯤 복구 가능할까요?" "유저들 환불 요청하는데요" "지금 매출 나가는 시간인데" 알아. 다 알아. 근데 나도 지금 원인 찾는 중이라고. "30분 내 복구 예정입니다." 거짓말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코드 수정했다. 배포했다. 재시작했다. 안 된다. 또 수정. 또 배포. 또 재시작. 3시간 지났다. 창밖을 봤다. 토요일 오후다. 사람들 공원 산책한다. 나는 파자마 바람에 장애 대응 중이다.주말 장애의 특별함 주말 장애가 평일 장애보다 최악인 이유. 첫째, 혼자다. 도움 청할 사람 없다. 전부 나한테 온다. 둘째, 기대치가 있었다. '이번 주말은 쉬어야지' 했으니까. 셋째, 복구해도 박수 없다. 당연한 거니까. 주말인데 일했다고 칭찬 안 한다. 넷째, 월요일에 또 출근한다. 주말이 사라진 거다. 오후 5시. 드디어 복구했다. "복구 완료했습니다." 대표님 답장. "고생했어요 👍" 이모지 하나. 3시간 날렸는데 이모지 하나. 기획자도 답장 왔다. "다행이네요. 월요일에 회의 잡을게요." 회의까지 잡힌다. 노트북 덮었다. 양치하러 갔다. 거울 봤다. 머리 엉망. 눈 충혈. 파자마 구겨짐. 오늘 토요일이다. 일요일도 안전하지 않다 토요일 저녁 먹었다. 편의점 도시락. '내일은 쉬어야지.' 또 같은 생각. 일요일 오전 11시. 침대에서 폰 봤다. 슬랙 알림 없다. 다행이다. 샤워하고 밥 먹고. 빨래 돌리고. '오늘은 좀 쉴 수 있나.' 오후 3시. 띠링. 또. "결제 모듈 오류" 진짜냐. 어제 수정한 코드가 결제에 영향 준 거다. 사이드 이펙트다. 미처 못 봤다. 노트북 켰다. 또 시작이다. 일요일 오후 3시. 사람들 카페 간다. 영화 본다. 데이트한다. 나는 결제 모듈 뒤진다. 2시간 걸렸다. 핫픽스 배포했다. "복구 완료" 대표님 답장 없다. 일요일 오후니까. 나만 일한 거다. 창밖 봤다. 해 진다. 주말이 끝났다. 월요일 아침 월요일 오전 10시. 출근했다. 동료들 "주말 잘 쉬었어요?" "네." 거짓말이다. 대표님 만났다. "주말에 고생했어요. 덕분에 큰일 안 났네요."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다. 회의 시작했다. 기획자가 말한다. "이번 주 일정 빡빡한데요." 알아. 주말도 없었는데 이번 주도 없는 거지. 책상 앉았다. 슬랙 확인했다. 어제 복구한 건 들어가 있다. 당연하다. 커피 마셨다. 세 번째다. 책상 서랍에 노트북 충전기 두 개 있다. 하나는 집에 두고 왔다. 어차피 집에서도 쓸 거니까. 주말 장애 대응한 게 업무일지에 안 들어간다. 당연한 일이니까. 야근 수당도 없다. 스타트업이니까. 스톡옵션 0.5%가 있다. 의미 있을까. 금요일이 두렵다 이번 주 금요일. 배포한다. 또. "이번 주말은 쉬어야지." 또 같은 말 할 거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 슬랙이 울릴 거다. 또 노트북 켤 거다. 또 파자마 바람에 장애 대응할 거다. 주말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안다. 근데 계속 기대한다. 이번 주말은 다를 거라고. 거짓말이다. 알고 있다. 온콜이 24시간이다. 주말도 포함이다. 혼자라서 그렇다. 나 말고 고칠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채용 공고 6개월째다. 안 뽑힌다. 면접 볼 시간도 내가 없다. 장애 대응하느라. 이직 생각한다. 근데 못 한다. 여기 떠나면 서비스 터질 거 같아서. 미안해서. 책임감이다. 주말 장애도 책임감 때문에 대응한다. 근데 이게 맞나. 모르겠다. 금요일이 두렵다. 주말이 두렵다. 쉬고 싶다. 진짜로.다음 주 금요일도 "이번 주말은 쉰다" 할 거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

온콜 알림음의 심리학: 반사 행동이 된 노트북 오픈

온콜 알림음의 심리학: 반사 행동이 된 노트북 오픈

온콜 알림음의 심리학: 반사 행동이 된 노트북 오픈 어제 영화 보다가 또 했다. 슬랙 알림음. 손이 먼저 움직였다. 영화 일시정지도 안 했다. 노트북 열면서 봤다. 주인공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 들렸다. 화면엔 대시보드가 떠 있었다. "서버 응답 느린데요?" 기획자 메시지였다. 새벽 11시 47분. 파블로프의 개가 된 날 3년 전엔 아니었다. 첫 스타트업 입사했을 때. 슬랙은 그냥 메신저였다. 알림음도 귀여웠다. "띵" 하면 웃으면서 확인했다. 지금은 다르다. "띵"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노트북 어디 있지? 손이 가방을 뒤진다. 머리는 생각한다. 뭐가 터졌지?카페에서도 그렇다. 친구 만나서도 그렇다. 화장실에서도 그렇다. 알림음이 울리면 세상이 멈춘다. 나만 움직인다. 파블로프가 개한테 종 울리고 밥 줬다더라. 나중엔 종만 울려도 침 흘렸다고. 나는? 슬랙만 울려도 노트북 연다. 밥 주는 것도 아닌데. 벌 주는 건데. 알림음 종류별 심박수 변화 슬랙 알림음: 보통. 80~90bpm. 확인하면 된다. PagerDuty 알림음: 빠름. 110~120bpm. 장애다. 전화벨: 최고. 130bpm 찍는다. 심각한 거다. Apple Watch로 확인했다. 궁금해서.재미있는 건 이거다. 알림 내용 보기 전에 이미 심박수가 오른다. 소리만으로. "띵" - 아 뭐지 "띠리링" - 아 큰일났다 전화벨 - 진짜 큰일났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소리가 전부다. 지난주 있었던 일. 새벽 3시. 자고 있었다. PagerDuty 울렸다. 5초 만에 일어났다. 노트북 켰다. 로그인했다. AWS 콘솔 열었다. 10분 뒤 확인했다. 오알람이었다. 모니터링 임계값 설정 실수. 다시 못 잤다. 심장은 아직도 뛰고 있었다. 조건 반사의 일상화 점심 먹는다. 된장찌개 먹는다. "띵" 젓가락 놓는다. 폰 본다. "괜찮은데요?" 메시지. 기획자가 새 기능 확인했다. 다시 먹는다. 식었다. "띵" 또 본다. "근데 이거 색깔 바꿀 수 있나요?" 답장 친다. "네 가능합니다." 찌개는 차갑다. 밥은 식었다. 배는 안 고프다.친구 만났다. 2년 만이다. 대학 동기. "야 오랜만이다" "응 오랜만" "띵" 폰 본다. "서버 로그 좀 봐주세요." 본다. 에러 로그다. 심각하진 않다. "미안 일 때문에" "괜찮아 답장 해" 3분 뒤. "띵" 또 본다. 또 답장한다. 친구가 말했다. "너 그냥 일하러 가" 웃었다. 미안했다. 어쩔 수 없었다. 꺼도 켜지는 알림 알림 끈 적 있다. 작년에. 휴가 갔다. 부산. 3일. "방해 금지 모드 켭니다" 대표한테 말했다. "급하면 전화 주세요." 첫날은 좋았다. 바다 봤다. 횟집 갔다. 소주 마셨다. 둘째 날 새벽 2시. 전화 왔다. 대표다. "서버 다운됐어요" 노트북 가져왔다. 혹시 몰라서. 호텔 와이파이로 접속했다. 새벽 5시까지 고쳤다. 다음 날 집 갔다. 방해 금지 모드. 의미 없다. 어차피 전화는 온다. 알림 꺼도 핸드폰은 본다. 30분마다. 뭔가 터졌을까봐. 결국 켰다. 편하다. 기다리는 것보다. 노트북이 없는 공포 지난달 노트북 고장났다. 키보드에 커피 쏟았다. 서비스센터 맡겼다. 3일 걸린다고. 회사 예비 노트북 받았다. 설정이 다르다. 개발환경 없다. 불편하다. 집 가는 길. 가방이 가볍다. 이상하다. 내 노트북이 없다. 불안했다. 장애 나면? 접속 못 하면? 편의점 갔다. 맥주 샀다. 마셨다. 불안하다. 슬랙 확인했다. 폰으로. 아무 일 없다. 또 확인했다. 10분 뒤. 괜찮다. 또 확인했다. 5분 뒤. 잠 안 왔다. 노트북 없이 자는 게 이렇게 불안한가. 다음 날 아침 출근했다. 예비 노트북 들고. 하루 종일 불편했다. 셋째 날 찾아왔다. 수리 완료. 안심했다. 이상하다. 노트북이 편한 게 아니라 없으면 불안한 거다. 반사의 대가 요즘 영화 못 본다. 보면 못 본다. 집중을 못 한다. 슬랙 알림 올까봐. 폰 옆에 둔다. 화면 밝기 키워놓는다. 진동도 켠다. 영화 보는데 폰 본다. 알림 없다. 다시 본다. 주인공이 누구였지? 뒷부분 놓쳤다. 되감기 한다. 또 폰 본다. 결국 끈다. 이해 못 했다.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 "시청 중인 콘텐츠" 100개. 다 못 봤다. 친구들 연락 줄었다. "밥 먹자" 약속 잡으면 "일 있을 수도" 라고 답한다. 나중엔 안 잡는다. 귀찮은 거다. 나한테. 만나도 폰 본다. 노트북 들고 간다. 일 할 수도 있으니까. 친구들도 안다. "너 오늘도 일하겠네" 웃는다. 맞다. 혼자가 편하다. 폰 봐도 미안하지 않다. 노트북 펴도 눈치 안 본다. 건강검진 결과 나왔다. 의사가 말했다. "스트레스 수치가 높네요" 안다. 심장도 안다. Apple Watch도 안다. "수면 시간 부족합니다" 안다. 알림음 때문이다. "운동하세요" 못 한다. 헬스장 가도 폰 본다. 꺼지지 않는 스위치 이직 고민한다. 요즘. 조건 본다. "온콜 로테이션" 있으면 좋다. 나만 하는 건 아니니까. "장애 대응 매뉴얼" 있으면 좋다. 나만 아는 건 아니니까. "개발자 3명 이상" 있으면 좋다. 나 혼자는 아니니까. 근데 생각한다. 거기 가도 똑같을 것 같다. 알림음은 들린다. 온콜은 돈다. 장애는 난다. 노트북은 옆에 있다. 손은 자동으로 움직인다. 파블로프 개는 나중에 어떻게 됐을까. 종 소리 안 들려도 침 흘렸을까. 나는 그럴 것 같다. 슬랙 지워도 폰 본다. 알림 꺼도 확인한다. 노트북 없어도 불안하다. 반사는 끄기 힘들다. 스위치가 고장났다. 켜짐만 있다. 꺼짐은 없다. 내일도 출근한다. 노트북 챙긴다. 폰 충전한다. 알림음 기다린다. 안 울리길 바라면서. 울릴 거 알면서.파블로프 개는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부모님: '대기업 갔으면 좋았겠어' - 대답할 말이 없다

부모님: '대기업 갔으면 좋았겠어' - 대답할 말이 없다

부모님: '대기업 갔으면 좋았겠어' - 대답할 말이 없다 명절이 두렵다 명절 전날 대표한테 슬랙 온다. "내일 점검 있으니까 노트북 챙겨가세요." 챙긴다. 고향 가는 KTX에서도 AWS 콘솔 확인한다. 비용이 또 올랐다. 친척들이 모인다. "요즘 어디 다녀?"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거기 이름이 뭔데?" 설명한다. 아무도 모른다. "직원이 몇 명인데?" 12명이라고 한다.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아버지가 끼어든다. "대기업은 안 갔어?" 떨어졌다고 한다. "재수하지 그랬어." 경력 쌓고 있다고 한다. "그게 경력이야?" 할 말이 없다. 어머니는 다르게 접근한다. "요즘 잘 자?" 못 잔다고는 못 한다. "밥은 먹어?" 편의점 도시락 먹는다고는 못 한다. "얼굴이 왜 그래?" 거울 안 봤다.설명할 수 없는 것들 "성장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 표정이 안 좋다. 무엇을 성장이라고 해야 할까. React 마스터했다고? Node.js로 서버 구축했다고? AWS 인프라 전체를 혼자 관리한다고? Docker 컨테이너 최적화했다고? 부모님 세대는 이해 못 한다. 아버지는 제조업 다니셨다. 30년 한 회사. 어머니는 공무원이셨다. 정년퇴직. 둘 다 '안정'이라는 걸 아신다. 내가 하는 일은 안정과 거리가 멀다. 어제 밤 서버 터졌다. 새벽 4시에 고쳤다. 오늘 아침 출근해서 또 일했다. 이게 성장인가? 경험인가? 아니면 그냥 착취인가? "풀스택 개발자예요." 설명한다. "그게 뭔데?" 질문 온다. "프론트도 하고 백엔드도 하고 인프라도 해요." "그럼 사람을 세 명 뽑아야 하는 거 아니야?" 맞다. 근데 우리는 안 뽑는다. 연봉 얘기가 나온다. 4800만원. 서울에서 혼자 살기에 빠듯하다. 월세 80만원, 관리비 10만원, 식비 40만원, 통신비 7만원, 카드값 30만원. 남는 게 없다. "대기업 가면 초봉이 얼마야?" 삼촌이 묻는다. 6500만원쯤? 게다가 복지가 다르다. 사내 식당, 기숙사, 헬스장, 동호회, 명절 상여금, 휴가비. 우리는? 없다. "스톡옵션 있어요." 말한다. "그게 뭔데?" "회사 주식이요. 0.5%요." "회사가 상장해?" 아니요. "그럼 휴지 조각 아니야?" 할 말이 없다.요즘 잘 자고 먹어? 어머니의 질문이 제일 답하기 어렵다. 잘 자냐고? 어제 새벽 2시에 잤다. 오늘 7시에 장애 알림 울렸다. 노트북 켜서 확인했다. DB 커넥션 풀이 터졌다. 재시작하고 모니터링했다. 10시에 출근했다. 지난주는 더 심했다. 월요일 밤 11시에 배포했다. 화요일 새벽 3시에 롤백했다. 수요일 밤 1시에 재배포했다. 목요일 새벽 4시에 또 터졌다. 금요일은 기억이 안 난다. 수면 패턴이 망가졌다. 침대에 누우면 슬랙 알림 생각난다. 눈 감으면 에러 로그가 보인다. 꿈에서도 코드를 친다. 일어나면 피곤하다. 먹냐고? 아침은 못 먹는다. 일어나면 출근 시간이다. 점심은 배달 시켜서 모니터 보면서 먹는다. 키보드에 국물 튄다. 저녁은? 퇴근이 언제인지 모르니까 편의점 도시락이다. 요즘 위가 안 좋다. 속이 쓰리다. 커피를 하루 5잔 마신다. 에너지 드링크 2캔 추가. 물은 잘 안 마신다. 컵라면 자주 먹는다. 치킨은 주 2회. 건강검진 결과 나왔다. 의사가 말한다. "수면 부족, 스트레스 과다, 위염, 영양 불균형." 약 처방받았다. 안 먹는다. 먹을 시간이 없다. "병원은 가?" 어머니가 묻는다. 시간이 없다고 한다. "주말에라도 가." 주말에도 일한다고는 못 한다. "얼굴색이 안 좋아." 안다. 거울 보면 나도 놀란다.대기업 동기들 대학 동기 단톡방이 있다. 요즘 조용하다. 다들 바쁘다. 종종 소식이 올라온다. "팀장님이 칭찬하셨다." "프로젝트 마무리했다." "해외 출장 간다." 좋아요 누른다. 부럽다. 한 녀석이 물어본다. "너 아직 거기야?" 응. "힘들지 않아?" 힘들다. "이직 안 해?" 하고 싶다. "우리 회사 오면?" 지원했다. 떨어졌다. 그 녀석 연봉이 7500만원이다. 3년 차에. 나보다 2700만원 많다. 복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사내 식당, 헬스장, 수영장, 도서관, 카페. 야근하면 택시비 나온다. 우리는? 자비다. 휴가도 다르다. 그 녀석은 연차 15일에 리프레시 휴가 5일. 총 20일. 나는? 연차 10일인데 못 쓴다. 쓰면 서비스 터진다. 대체 인력이 없다. 복지 포인트라는 것도 있다. 연 300만원. 도서 구매, 문화생활, 자기계발에 쓴다. 우리 회사는? 커피 무제한. 그게 복지다. 작년에 그 녀석 만났다. "너 왜 그렇게 말랐어?" "요즘 바빠서." "야근 많아?" "음." "그래도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대박 아니야?" "그러게." 대박. 언제? 어떻게? 우리 MAU가 5만이다. 3년째 정체다. 투자 유치? 작년에 시리즈 A 받았다. 30억. 다 쓴다. 다음 라운드는? 모른다. 상장? 대표는 3년 안에 한다고 했다. 2년 지났다. 실적은? 적자다. 매출은 늘고 있다. 근데 비용이 더 빨리 는다. 손익분기점은? 언제일지 모른다. 책임감이라는 올가미 이직하고 싶다. 진심이다. 이력서 써놨다. 포트폴리오 정리했다. 근데 지원을 못 한다. 왜? 책임감 때문이다. 내가 나가면 서비스 멈춘다. 진짜로. 개발자가 나 혼자다. 코드베이스 전체를 내가 안다. 인프라 접근 권한도 나만 있다. DB 스키마도 내가 설계했다. API도 내가 만들었다. 대표가 말한다. "곧 채용할 거예요." 6개월째 같은 말이다. 공고는 올렸다. 지원자는? 거의 없다. 면접은? 몇 명 봤다. 합격은? 없다. 왜 안 뽑히나. 연봉이 낮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4000만원이다. 경력 3년 개발자한테. 대기업은 6000만원 준다. 당연히 안 온다. 기술 스택도 문제다. "풀스택 가능하신 분" 이게 공고다. 프론트, 백엔드, 인프라 다 해야 한다. 지원자가 묻는다. "팀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개발자 1명이요." "...네?" 다음 날 불합격.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나가면? 서비스 죽는다. 유저 5만 명 피해 본다. 투자자들 화난다. 대표 힘들어진다. 동료들 실직한다. 그래서 못 간다. 책임감이다. 아니, 죄책감이다. 어머니는 이해 못 한다. "회사가 너한테 책임감 느끼냐?" 모른다. "너 쓰러지면 회사가 챙겨주냐?" 안 준다. "그럼 네가 왜?" 모르겠다. 성장이라는 착각 "그래도 배우는 게 많잖아." 이렇게 위로한다. 스스로를. 배웠다. 많이. React, Node.js, PostgreSQL, Redis, AWS, Docker, Kubernetes, CI/CD, 모니터링, 로그 분석, 보안, 성능 최적화. 3년 동안 엄청나게 성장했다. 기술적으로. 혼자 풀스택 서비스 만들 수 있다. 인프라 구축할 수 있다. 장애 대응할 수 있다. 24시간 온콜 돌릴 수 있다. 근데 이게 성장인가? 아니면 생존인가? 대기업 동기들은 다르게 성장한다. 체계적으로. 한 분야 깊게 판다. 시니어한테 배운다. 코드 리뷰 받는다. 스터디 한다. 컨퍼런스 간다. 교육비 지원받는다. 나는? 혼자 부딪힌다. 스택오버플로우가 멘토다. 구글이 선배다. 새벽 3시 에러 로그가 스승이다. 코드 리뷰? 없다. 내가 틀렸는지 맞는지 모른다. 기술 부채가 쌓인다. 보인다. 리팩토링하고 싶다. 시간이 없다. 테스트 코드 짜고 싶다. 여유가 없다. 문서화하고 싶다. 마감이 급하다. "빨리 만드세요." 대표가 말한다. "제대로 만들고 싶은데요." "일단 돌아가게 만드세요." 그렇게 만든다. 기술 부채 쌓인다. 나중에 고치자. 나중은 안 온다. 6개월 전 코드 본다. 내가 짠 건데 이해 안 된다. 주석이 없다. 변수명이 엉망이다. 로직이 복잡하다. 고치고 싶다. 근데 건드리면 터질 것 같다. 그냥 둔다. 이게 성장인가? 기술 부채 관리자가 된 건가? 부모님한테 설명할 수 없다. "요즘 뭐 배워?" "음... Kubernetes요." "그게 뭔데?"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이요." "...너 밥은 먹어?" 결국 여기로 온다. 밥은 먹냐. 잘 자냐. 건강하냐. 대답할 말이 없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그래도 못 나간다. 아직은. 이유가 있다. 스톡옵션 0.5%. 휴지 조각일 수도 있다. 근데 만약? 만약 회사가 대박 나면? 만약 상장하면? 만약 인수되면? 0.5%면 얼마나 될까. 회사 가치가 1000억 되면 5억. 2000억 되면 10억. 꿈같은 얘기다. 근데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래서 못 나간다. 또 다른 이유. 3년 버텼다. 여기서 포기하면 아깝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뭔가 달라질 것 같다. 착각이다. 알면서도 믿는다. 그리고 솔직히. 이직이 무섭다. 대기업 가면 나 같은 사람 많다. 경쟁 심하다. 여기서는 내가 유일하다. 필요하다. 중요하다. 착각이지만 좋다. 부모님은 이해 못 한다. "빨리 이직해." "조금만 더요." "몸 망가진다." "괜찮아요." "괜찮은 게 어딨어." 할 말이 없다. 명절 끝나고 서울 온다. KTX 타면서 슬랙 확인한다. 대표한테 메시지 왔다.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 회의 있습니다." 회의 주제는 뭘까. 신규 기능? 또? 리소스는? 나? 일정은? 타이트? 당연히. 핸드폰 보다가 어머니 문자 온다. "잘 도착해. 밥 꼭 챙겨 먹어. 몸 상하면 나중에 후회해." 답장 친다. "네. 걱정 마세요." 거짓말이다. 걱정해야 한다. 나도 걱정된다. 근데 어쩌겠나. 이게 내 선택이다. 맞나? 모르겠다.대기업 갔으면 좋았을까? 모른다. 근데 부모님 답답하신 건 이해한다.

대표님과의 대화, 항상 일 얘기뿐이다

대표님과의 대화, 항상 일 얘기뿐이다

대표님과의 대화, 항상 일 얘기뿐이다 신입 때는 달랐다 입사 첫날. 대표님이 커피 한 잔 사주셨다. "여기선 배울 게 많을 거예요. 같이 성장해요." 그때는 믿었다. 스타트업이니까 대표랑 가까이서 배우겠지. 멘토십 같은 거 있겠지. 첫 달은 실제로 그랬다. 대표님이 코드 봐주셨다.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더 좋아요." 설명도 해주셨다. 점심 먹으면서 개발 이야기도 했다. "예전에 이런 실수 했어요." 경험담도 들려주셨다. 나쁘지 않았다.3개월 후부터 개발자가 나 혼자 된 건 3개월 후였다. 선배 개발자 퇴사. 이유는 안 알려줬다. 그냥 "개인 사정"이래. 그날부터 대표님 태도가 바뀌었다. 아니, 바뀐 게 아니라 여유가 없어진 거다. "이거 언제까지 되죠?" "버그 언제 고치죠?" "고객사에서 요청 들어왔는데요." 질문만. 답변 요구만. 배려는 없다. 점심도 같이 안 먹게 됐다. 대표님은 회의. 나는 배포. 지금의 대화 패턴 월요일 아침. 슬랙 메시지. "주말에 고객사에서 문의 들어왔어요. 확인 부탁합니다." 인사는 없다. "안녕하세요"도 없다. 바로 본론. 나도 답한다. "확인했습니다. 오늘 중 처리하겠습니다." 똑같이 본론만. 이게 우리 대화의 100%다. 화요일. 긴급 회의 소집. "이 기능 급한데, 언제 가능해요?" "이번 주는 힘들고, 다음 주면..." "고객사가 기다리는데. 주말에 좀..." 거절하면 분위기 이상해진다. 결국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한다. 회의 끝. 대표님 "수고하세요." 나 "네." 이게 전부다.새벽 2시의 슬랙 제일 황당한 건 새벽 대화다. 새벽 2시 18분. 슬랙 알림. "서버 응답 느린 것 같은데 확인 가능하세요?" 자고 있었다. 알림음에 깼다. 확인했다. AWS 콘솔 열었다. CPU 사용률 94%. "확인했습니다. DB 쿼리 최적화 필요합니다. 내일 아침에 작업하겠습니다." 답장 바로 옴. "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개뿔. 나 지금 자야 하는데. 다음 날 아침 10시. 출근. 대표님이 웃으며 "어제 늦게까지 고생하셨어요." 그게 끝이다. 커피 한 잔 안 사주신다. 보상 휴가 같은 것도 없다. 그냥 "고생하셨어요." 말만. 내가 기대했던 것 신입 때는 이런 거 배우고 싶었다. 아키텍처 설계. 확장 가능한 시스템. 기술 부채 관리. 팀 빌딩. 대표님이 CTO 출신이라고 들었다. 큰 회사에서 팀 리드 하셨다고. 그런 경험 듣고 싶었다. "이럴 땐 이렇게 했어요." 그런 조언. 6개월 후 1on1 때 물어봤다. "리팩토링 시간 좀 가질 수 있을까요? 기술 부채가..." 대표님 대답. "일단 기능 개발이 급해요. 나중에 시간 나면 해요." 나중은 안 온다. 계속 급한 것만 생긴다. 기술 상담은 커녕 진도 체크만 받는다.다른 대표들은 어떨까 전 직장 동기 만났다. 걔네 회사는 개발자 15명. "우리 대표님은 개발 모르세요. 그래서 CTO한테 다 맡기시고, 우리랑은 회식 때나 대화해요." 부럽다.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우리 대표님은 개발 아신다. 그래서 더 문제다. "이거 왜 이렇게 짰어요?" "이 방식은 비효율적인데요?" 지적만 하신다. 대안은 안 주신다. "알아서 고쳐보세요." 멘토가 아니라 QA다. 아니, PM이다. 다른 동기는 대기업 다닌다. 대표는 커녕 임원도 못 봤다고. "그래도 야근은 안 해요. 시스템이 있으니까." 우리는 시스템이 없다. 나밖에 없다. 대표님도 아신다. 그래서 더 요구하신다. 일상의 대화들 점심시간. 식당 가는 길. 대표님 "점심 뭐 먹어요?" 나 "아무거나요." 대표님 "칼국수 어때요?" 나 "좋아요." 식사 중. 대표님 "그 기능 진행 어때요?" 또 일 얘기다. 밥 먹으면서도. 나 "70% 정도 됐습니다." 대표님 "이번 주 안에 되죠?" 나 "네, 될 것 같습니다." 대표님 "좋아요. 고객사가 기다리거든요." 식사 끝. 각자 사무실 복귀. 사적인 대화 0%. 날씨 얘기도 안 한다. 주말 뭐 했냐고도 안 묻는다. 오로지 프로젝트, 버그, 일정, 고객사. 장애 발생했을 때 제일 많이 대화하는 때가 장애 상황이다. 금요일 오후 4시. 서버 다운. 슬랙에 대표님 메시지 5개 연속. "서버 안 되는데요" "고객사에서 연락 왔어요" "확인 부탁합니다" "언제쯤 복구 가능하죠" "급합니다" 전화도 온다. 받는다. "네, 확인 중입니다." "DB 커넥션 이슈인 것 같습니다." "10분 안에 복구하겠습니다." 전화 끊고 작업. 손 떨린다. 8분 후 복구. 슬랙 메시지. "복구 완료했습니다." 대표님 답장. "수고하셨어요. 원인 파악해서 공유 부탁합니다." 원인 분석 2시간 걸렸다. 퇴근 못 했다. 보고서 올렸다. 대표님 읽음. 답장 없음. 다음 날 아침에도 언급 없음. 그냥 넘어감. 칭찬도 없고 위로도 없다. 당연한 일처럼. 1년차 vs 3년차 1년차 때는 기대가 있었다. "언젠간 여유 생기겠지. 그럼 제대로 된 대화 하겠지." 2년차 때는 체념했다. "여기 대표님은 원래 이런가 보다." 3년차 지금. 습관이 됐다. 대표님 메시지 오면 자동으로 답한다. 감정 없이. "확인했습니다." "진행하겠습니다." "내일까지 완료하겠습니다."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대표님도 마찬가지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확인했습니다." 우리 사이엔 일밖에 없다. 인간적인 교류는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없었는지도. 다른 스타트업들은 유튜브에서 봤다. 어떤 스타트업 대표 인터뷰. "직원들과 소통이 제일 중요해요. 매주 1on1 하고, 고민 들어주고..." 부럽다. 우리는 1on1 3개월에 한 번. 그것도 15분. 내용은 똑같다. "진행 상황 어때요?" "어려운 점 있어요?" "없으면 수고하세요." 끝. 고민 얘기하면 "같이 고민해볼게요"라고 하신다. 근데 그 후 연락 없다. 까먹으신 건지 바쁘신 건지. 결국 나 혼자 해결한다. 항상. 그래도 남은 이유 퇴사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거의 매일 한다. 근데 못 나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나가면 서비스 터진다. 100% 확신한다. 대표님도 아신다. 그래서 더 못 나간다. "후임 뽑고 인수인계하고 나가세요." 말은 쉽다. 채용 6개월째 안 된다. 면접 올 사람도 없다. 연봉도 낮고 업무도 많고 혼자 해야 하니까. 그리고 솔직히 대표님 미워할 수가 없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냥 바쁜 거다. 여유가 없는 거다. 스타트업이 힘드니까. 투자 받아야 하고 고객사 관리해야 하고. 이해는 한다. 근데 이해와 별개로 나도 힘들다. 바라는 것 크게 바라는 거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일 얘기 말고 다른 얘기 했으면. "요즘 어때요?" "주말 잘 쉬었어요?" "힘든 거 없어요?" 이런 거. 평범한 거. 아니면 기술 얘기라도. 제대로 된.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가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는데..." "같이 고민해봅시다." 이런 대화. 성장할 수 있는 대화. 지금은 그냥 지시와 보고다. 상사와 부하. 대표와 직원. 멘토와 멘티는 커녕 동료도 아니다. 결국 어제도 대표님이랑 대화했다. "이번 주 릴리즈 일정 어때요?" "목요일 가능합니다." "좋아요. 부탁합니다." 끝. 30초 걸렸다. 이게 우리의 평균 대화 시간이다. 신입 때 기대했던 멘토십. 성장 기회. 배움. 다 착각이었다. 여기선 배우는 게 아니라 쓰이는 거다. 혼자서 다 해내는 거다. 대표님은 멘토가 아니라 클라이언트다. 요구사항 주는 사람. 인정하기 싫지만 이게 현실이다. 언젠가는 나갈 거다. 준비되면. 그때까지는 버틴다. 대화 없이도.대표님 메시지 또 왔다. "확인 부탁합니다." 답한다. "네."

서울 투룸 월세 80만원, 그리고 자택 근무의 경계 흐려짐

서울 투룸 월세 80만원, 그리고 자택 근무의 경계 흐려짐

서울 투룸 월세 80만원, 그리고 자택 근무의 경계 흐려짐 집이 사무실이 되는 순간 월세 80만원. 서울 기준으로 괜찮은 편이다. 역세권 투룸. 깔끔하게 이사했다. 6개월 전 일이다. 지금? 여기가 집인지 사무실인지 모르겠다. 침대 옆에 모니터 2개. 책상에 노트북 2대. 거실엔 테스트용 태블릿 3개. 주방 테이블에도 맥북 하나 놓여있다. 왜 이렇게 됐냐고?"재택 하세요. 편하게." 대표님의 배려였다. 처음엔 좋았다. 출퇴근 2시간 세이브. 아침 늦게까지 잘 수 있다. 편한 옷으로 일한다. 2주 정도는 천국이었다. 그런데.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슬랙 확인. 화장실 가면서 노트북 들고 간다. 밥 먹으면서 코드 리뷰. 자기 직전까지 배포. 경계가 사라졌다. 침대가 사무실이 된 이유 침대에서 일하게 된 건 필연이었다. 새벽 4시 장애 알림. 침대에서 일어나서 책상 가기 귀찮다. 그냥 침대에서 노트북 펼친다.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다. 2시간 걸렸다. 그대로 다시 잤다. 노트북 옆에서. 다음 날도 똑같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바로 노트북. 씻기 전에 슬랙부터 확인. "어제 수정한 거 확인 부탁드려요." "긴급 버그 있는데요." "API 응답이 느린 것 같은데." 10시 전에 메시지 20개. 침대에서 답장 보낸다. 그러다 보면 이미 일하는 중이다.책상에 앉는 건 '진짜 일'할 때다. 배포하거나. 중요한 코딩하거나. 미팅 있을 때. 나머지는 침대에서 다 한다. 버그 수정. 코드 리뷰. 문서 작성. DB 쿼리 돌리기. 침대가 편하다. 등 기대고 할 수 있다. 자세 바꾸기도 쉽다. 문제는 잘 때다. 누워서 잔다. 노트북 옆에 두고. 충전기 꽂아놓고. 알람 울리면 옆에 노트북이 보인다. 반사적으로 연다. '어제 커밋 잘 들어갔나.' '로그 확인해야지.' 일어나기도 전에 일한다. 집이 아니다. 사무실이다. 침대 딸린. 거실은 테스트 공간 거실 테이블. 원래는 밥 먹는 곳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태블릿 3개 놓여있다. 아이패드, 갤럭시탭, 킨들. 왜? 반응형 테스트 때문이다. "모바일에서 레이아웃 깨지는데요." 대표님 메시지. 급하게 확인해야 한다. 책상에서 일어나기 귀찮다. 거실 테이블에 태블릿 놓고 테스트한다. 한 번 그러니까 습관이 됐다.거실에도 맥북 하나 놓게 됐다. 왜? 밥 먹으면서 로그 확인하려고. 배달 음식 시켜서 먹는다. 거실 바닥에 앉아서. 노트북 켜놓고. "아 맞다. 저거 수정해야 하는데." 젓가락 놓고 타이핑한다. 밥 식는다. 다시 먹는다. 또 타이핑. 30분 걸릴 식사가 2시간 걸린다. 거실 바닥에 흔적 남는다. 충전기. 케이블. 마우스. 키보드. 에너지 드링크 캔. 과자 봉지. 청소? 주말에 한다. 근데 주말에도 일한다. 그래서 안 치운다. 이제 거실 바닥이 더 편하다. 책상보다. 등 기대고 앉을 데도 많다. 자세 바꾸기도 쉽다. 친구 오면 민망하다. "야, 너 여기서 사는 거 맞아?" 맞다. 사는 건 맞는데. 일도 하는 곳이다. 아니, 일하는 곳인데 자기도 하는 곳이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주방 테이블의 배신 주방 테이블. 제일 깨끗했던 곳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거기도 점령당했다. 계기는 간단했다. 라면 끓여 먹는다. 주방 테이블에 앉는다. 슬랙 알림 온다. "긴급한데 확인 가능하세요?" 라면 먹으면서 노트북 펼친다. 주방 테이블에서. 간단한 수정이었다. 10분 걸렸다. 근데 그게 시작이었다. 다음 날도 라면 끓인다. 주방 테이블. 슬랙 확인. 노트북 펼친다. 이제 습관이다. 주방 테이블에 노트북 상주한다. 왜? 커피 내려 마시면서 작업하려고. 아침에 핸드드립 한다. 10분 걸린다. 기다리면서 뭐 하나. 노트북 펼친다. 커피 내리면서 코드 수정한다. 효율적이다. 시간 낭비 없다. 문제는 식사 시간이다. 밥 먹으러 주방 가면 노트북이 보인다. 자동으로 연다. '저거 빨리 확인하고.' '이것만 고치고 먹어야지.' 밥 식는다. 매번. 배달 음식 시키면 더하다. 치킨 시킨다. 주방 테이블에 놓는다. 노트북 옆에. 한 손으로 치킨 먹는다. 한 손으로 타이핑한다. 키보드에 기름 묻는다. 티슈로 닦는다. 또 묻는다. 이제 주방도 사무실이다. 화장실만 남았다 화장실. 마지막 안식처였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거기도 아니다. 볼일 보면서 슬랙 확인한다. 핸드폰으로. "급한 건 아닌데요..." 그러면서 붙는 업무 요청. 화장실에서 답장 보낸다. "네, 확인했습니다. 30분 안에 처리하겠습니다." 볼일 빨리 끝낸다. 나가서 노트북 펼친다. 샤워할 때도 마찬가지다. 샤워 전에 배포 돌린다. 10분 걸린다고 나온다. "샤워하고 오면 되겠네." 샤워한다. 5분 만에 끝낸다. 나와서 확인한다. 배포 실패했다. 젖은 머리로 롤백한다. 다시 배포한다. 수건도 안 두른다. 그냥 의자에 앉는다. 20분 뒤 성공한다. 그제야 머리 말린다. 머리카락 물 뚝뚝 떨어진다. 키보드에. 닦는다. 또 떨어진다. 이제 샤워 시간도 계산한다. '배포 15분 걸리니까 샤워 10분 안에 끝내야지.' 화장실이 휴식 공간이 아니다. 대기 시간이다. 다음 작업까지의. 밤 12시의 침대 회의 밤 12시. 자야 하는 시간이다. 근데 침대에서 노트북 펼친다. "오늘 것만 끝내고 자야지." 30분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거짓말이다. 2시간 걸린다. 새벽 2시. 이제 진짜 자야 한다. 노트북 닫는다. 충전기 꽂아놓는다. 침대 옆에. 불 끈다. 눈 감는다. 슬랭 알림음. "내일 아침까지 급한데요." 핸드폰 확인한다. 침대에서. "네, 확인했습니다." 노트북 다시 펼친다. 침대에서. 불 안 켠다. 노트북 화면 빛으로 작업한다. 1시간 더 걸린다. 새벽 3시. 완료됐다. 메시지 보낸다. "완료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노트북 닫는다. 다시. 눈 감는다. 다시. 근데 잠이 안 온다. 머릿속에 코드가 돌아간다. '저 부분 리팩토링해야 하는데.' '내일 저거 먼저 수정하고.' 'DB 인덱스도 추가해야 하고.' 침대가 회의실이다. 혼자 하는. 새벽 4시에 겨우 잔다. 8시에 알람 울린다. 침대 옆 노트북이 보인다. '어제 배포 잘 됐나.' 반사적으로 연다. 또 시작이다. 월세 80만원의 의미 월세 80만원. 싸지 않다. 근데 이게 집 값인가. 사무실 임대료인가. 계산해봤다. 하루 24시간. 잠 6시간 빼면 18시간. 그 중 일하는 시간. 평균 14시간. 집에 있는 시간의 78%를 일한다. 사무실이다. 집이 아니라. 80만원. 한 달 30일. 하루 26,666원. 14시간 일한다. 시간당 1,905원. 사무실 시간당 임대료로 치면 싸다. 근데 집으로 치면 비싸다. 2시간밖에 안 쉰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 빼면. 월세 80만원이 아니다. 사무실 임대료 80만원이다. 침대 딸린. 친구가 물었다. "이사 안 해? 더 좋은 데로." 대답 못 했다. 어차피 집이 사무실인데 뭐가 중요한가. 거실이 넓든. 방이 하나 더 있든. 다 사무실 확장이다. 경계가 사라진 공간 일과 삶의 경계. 없다. 공간적 경계도 없다. 침대 = 사무실 거실 = 테스트룸 주방 = 서브 오피스 화장실 = 대기실 집 어디에도 일 안 하는 곳이 없다. 베란다? 거기도 위험하다. 담배 피우면서 슬랙 확인한다. "급한 거 아니면 내일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들어온다. 노트북 펼친다. 결국 한다. 급하지 않아도. 왜? 일하는 게 습관이 됐다. 집에 있으면 자동으로 일한다. 의식적으로 멈춰야 쉰다. 근데 멈추는 게 어렵다. 노트북이 보이면 일한다. 핸드폰 보이면 슬랙 확인한다. 집에서 벗어나야 쉰다. 카페 간다. 노트북 안 가져간다. 핸드폰만. 2시간 앉아있는다. 커피 마신다. 슬랙 알림 온다. 참는다. 30분 참는다. 못 참는다. 답장 보낸다. "지금 밖인데 들어가서 확인하겠습니다." 카페에서 나온다. 집 간다. 노트북 펼친다. 쉬는 시간 끝. 자택 근무의 역설 자택 근무. 좋은 제도다. 이론상으로는. 출퇴근 안 해도 된다. 편한 옷 입는다. 시간 자유롭다. 실제로는 다르다. 출근하면 퇴근이 있다. 사무실 나오면 집이다. 일 끝난다. 자택 근무는 다르다. 출근이 없으니 퇴근도 없다. 일어나면 출근. 자면 퇴근. 24시간 대기 상태다. 언제든 일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언제든 일한다.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밤 11시 메시지. 자택 근무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실제로 괜찮다. 노트북이 옆에 있으니까. 응답한다. 일한다. 자택 근무의 역설이다. 자유로운 것 같지만 더 묶인다. 사무실보다 더 많이 일한다. 왜? 경계가 없으니까. 되돌릴 수 없는 습관 습관이 됐다. 침대에서 일하는 거. 거실 바닥에 앉아서 작업하는 거. 밥 먹으면서 코드 보는 거. 고치고 싶다. 근데 고칠 수가 없다. 혼자 개발자다. 대체 인력 없다. 언제든 대응해야 한다. 그러니까 언제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집이 사무실이 되는 건 필연이다. 선택이 아니다. 생존이다. 친구들 만난다. "너 요즘 어때?" "괜찮아. 재택이라 편해." 거짓말이다. 편한 게 아니다. 갇혔다. 집에. 월세 80만원짜리 사무실에.침대 옆 노트북을 치우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 안다. 치우면 불안하다. 장애 나면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