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다방면 언급의 함정: 넓고 얕은 지식의 위험성

기술 다방면 언급의 함정: 넓고 얕은 지식의 위험성

기술 다방면 언급의 함정: 넓고 얕은 지식의 위험성 오늘도 모르는 걸 찾아봤다 스택오버플로우 검색 기록을 봤다. 오늘만 23개다. "React useEffect cleanup function" "PostgreSQL index optimization" "Docker multi-stage build best practice" "AWS Lambda cold start reduce" "Nginx reverse proxy timeout" 다 다른 카테고리다. 다 오늘 해결한 문제들이다. 저녁에 전 직장 후배가 물었다. "형 요즘 뭐 파고 있어요?" 아무 말도 못 했다. 파고 있는 게 없다. 파 볼 시간이 없다.풀스택이라는 이름 입사 면접 때 대표가 말했다. "풀스택 개발자 구해요." 좋게 들렸다. 다양한 기술을 다룬다. 성장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하면 번역이 틀렸다. "혼자 다 하는 사람 구해요"가 맞다. 프론트엔드 한다. React, TypeScript, Redux, React Query, Webpack 설정까지. 백엔드 한다. Node.js, Express, TypeORM, JWT 인증, API 설계. DB 한다. PostgreSQL 스키마 설계, 쿼리 최적화, 마이그레이션. 인프라 한다. AWS EC2, S3, RDS, CloudFront, Route53, Docker, Nginx. 디자인 한다. Figma 보고 CSS 짠다. 디자이너 없어서 간단한 건 내가 그린다. 명함에 뭐라고 써야 하나. "개발팀"이라고 쓴다. 개발팀인데 나 혼자다. 문제는 이거다. 다 하는데 다 못한다.중간 레벨의 저주 React 물어보면 안다. Hooks 쓴다. Context API 안다. 성능 최적화도 어느 정도 한다. 근데 면접 때 물어보면 모른다. "React Fiber 아키텍처 설명해주세요." 모른다. Node.js 쓴다. Express로 API 만든다. 미들웨어 이해한다. 근데 깊게 들어가면 막힌다. "이벤트 루프 내부 동작 원리 설명해주세요." 어... 논블로킹? 뭐 그런... PostgreSQL 쓴다. 인덱스 건다. JOIN 쿼리 짠다. 근데 복잡해지면 막힌다. "쿼리 플래너가 실행 계획 세우는 방식은?" 아... EXPLAIN 보면 되는데... 모든 기술을 '쓸 수 있다'. 근데 '잘 안다'는 게 아니다. 문서 보면서 구현한다. 스택오버플로우 보면서 고친다. 블로그 보면서 배운다. 깊이가 없다. 원리를 모른다. 근본을 모른다.어제 배운 걸 오늘 잊는다 3개월 전에 Lambda 함수 짰다. 어제 수정하려고 봤다. 기억이 안 난다. 코드 보면서 생각했다. '이거 왜 이렇게 짰지?' 주석도 없다. 커밋 메시지는 "update lambda"다. 검색했다. "AWS Lambda environment variable" "Lambda layer usage" "Lambda VPC configuration" 다시 배웠다. 또. Nginx 설정도 그렇다. 6개월 전에 리버스 프록시 설정했다. 이번 주에 수정했다. 처음 설정할 때처럼 시간 걸렸다. 또 구글링했다. 또 블로그 봤다. Docker도 그렇다. 멀티 스테이지 빌드 했었다. 이번에 다시 하려니 기억 안 난다. 배우는 속도보다 잊는 속도가 빠르다. 광범위하게 아는 게 아니라 광범위하게 모른다. 장애가 터지면 새벽 3시에 슬랙이 울렸다. 서버 다운이다. SSH 접속했다. 메모리 터졌다. 프로세스 확인했다. Node.js가 3GB 먹고 있다. 왜? 모른다. 메모리 누수인가? 아니면 트래픽 증가? DB 커넥션 풀 문제? 급하게 재시작했다. 일단 살렸다. 근본 원인은? 모른다. 시간이 없다. 다음에 또 터지면 그때 봐야지. 한 달 뒤 또 터졌다. 같은 문제다. 또 모른다. 전문가였으면 알았을 것이다. Node.js 메모리 관리 깊이 알았으면 진작 고쳤을 것이다. 근데 나는 '쓸 줄 아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이 아니다. API 응답 느리다. 왜? 쿼리가 느린가? 인덱스 문제? 아니면 N+1 쿼리? EXPLAIN 돌렸다. Seq Scan이 보인다. 인덱스 탔으면 좋겠는데. 근데 어떤 인덱스? 복합 인덱스? 부분 인덱스? 커버링 인덱스? 검색한다. 또. "PostgreSQL index types" "when to use composite index" 시간 걸린다. 많이. 전문가였으면 10분이면 됐을 것이다. 나는 2시간 걸렸다. 이직 준비가 무섭다 요즘 이력서를 고민한다. 쓸 게 많다. React, Node.js, PostgreSQL, AWS, Docker, Kubernetes까지. 근데 면접이 무섭다. 깊게 물어보면 모른다. "React에서 상태 관리 라이브러리들의 내부 동작 차이 설명해주세요." 어... Redux는 액션 디스패치하고... Recoil은 아톰이... 음... "Node.js 클러스터 모드에서 세션 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Redis 쓰면 되는데... 구체적으로는... 음... "PostgreSQL 트랜잭션 격리 수준별 차이와 Lock 종류는?" Read Committed가 기본이고... 음... Serializable도 있고... Lock은... 입사 3년 차인데 주니어처럼 대답한다. 기술 스택은 시니어급인데 깊이는 주니어다. 이력서에 뭐라고 쓰지. "많이 써봤습니다"? "다 할 수 있습니다"? "깊이 있게 압니다"는 못 쓴다. 거짓말이다. 동기는 깊게 판다 전 직장 동기가 있다. 같이 입사했다. 둘 다 3년 차다. 걔는 대기업 갔다. 백엔드만 한다. Java Spring만 3년. 최근에 만났다. 얘기를 들었다. "JVM GC 튜닝 재미있어. G1GC 파라미터 조정하면서 성능 개선했어." "트랜잭션 격리 수준별로 벤치마크 돌려봤어. 케이스별로 최적화 포인트가 다르더라." "Kafka Consumer 그룹 리밸런싱 로직 분석했는데 진짜 잘 만들었더라." 나는 들으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모르는 얘기다. 걔가 물었다. "너는 요즘 뭐 깊게 파고 있어?" 아무 말도 못 했다. 파는 게 없다. 넓게 긁고 있다. 연봉은 비슷하다. 근데 3년 뒤는? 5년 뒤는? 걔는 Java Spring 전문가가 된다.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다. 나는? "여러 가지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시장 가치가 다르다. 확실히. 채용 공고를 보면 요즘 채용 공고를 자주 본다. 이직 준비다. 우대사항을 본다. "React 성능 최적화 경험"있다. 근데 React.memo 쓰고 useMemo 쓴 정도다. 깊이는 없다."대용량 트래픽 처리 경험"없다. 우리 서비스 DAU 2000명이다."DB 쿼리 최적화 경험"있다. 근데 인덱스 걸고 쿼리 다시 짠 정도다. 실행 계획 깊이 분석한 적 없다."AWS 아키텍처 설계 경험"있다. 근데 EC2, RDS 띄운 정도다. Auto Scaling, Load Balancer 제대로 써본 적 없다."CI/CD 파이프라인 구축 경험"있다. 근데 GitHub Actions로 빌드-배포 자동화한 정도다. Jenkins 안 써봤다.모든 항목이 "있긴 한데 깊지는 않다"다. 경력 3년인데 이력서는 1년 차같다. 넓게 1년씩 해서 3년이다. 기술 부채는 내가 모르는 것들 코드베이스를 본다. 기술 부채가 보인다. React 컴포넌트가 2000줄이다. 리팩토링 필요하다. 근데 어떻게? "컴포넌트 분리 전략" 검색한다. 블로그 본다. 따라한다. 근데 이게 맞는지 모른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모른다. API 응답이 느리다. 캐싱 필요하다. Redis 쓴다. 근데 캐싱 전략은? TTL은 얼마로? Eviction 정책은? 검색한다. 또. "Redis caching strategy" "Redis memory optimization" 적용한다. 근데 최선인지 모른다. DB 쿼리가 느리다. 인덱스 건다. 근데 어떤 걸? "PostgreSQL index best practice" 검색한다. 읽는다. 적용한다. 나아진다. 근데 최적인지 모른다. 모든 해결이 "일단 돌아가게"다. "최선으로"가 아니다. 기술 부채의 반은 내가 모르는 것들이다. 혼자라서 더 심하다 회사에 개발자가 나 하나다. 코드리뷰 없다. 누가 봐주지 않는다. 내 코드가 맞는지 틀린지 모른다. 돌아가니까 맞다고 생각한다. 질문할 사람이 없다. 검색한다. 블로그 본다. 스택오버플로우 본다. 답은 찾는다. 근데 이게 최선인지는 모른다. 페어 프로그래밍 없다. 시니어 개발자도 없다. 배울 사람이 없다. 혼자 배운다. 독학한다. 독학의 한계가 있다. 깊이가 없다. 맥락이 없다. 대기업 동기는 시니어한테 배운다. 코드리뷰 받는다. 토론한다. 나는 구글한테 배운다. GPT한테 물어본다. 블로그 본다. 스승이 다르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 새로운 기술이 또 나온다 어제 Next.js 14 나왔다. Server Actions 추가됐다. 배워야 한다. 또. 이번 주 Bun 1.0 나왔다. Node.js보다 빠르다고 한다. 알아봐야 한다. 또. PostgreSQL 16 나왔다. 성능 개선 항목 읽어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 또. 배울 게 끝이 없다. 쌓이기만 한다. 근데 기존 것도 제대로 모른다. React 18도 다 모르는데 Next.js 14를 배운다. Node.js도 다 모르는데 Bun을 본다. 기초가 약한데 최신만 쫓는다. 넓어지기만 한다. 깊어지지 않는다. 채용이 안 되는 이유 회사가 개발자를 뽑으려 한다. 6개월째 안 뽑힌다. 면접 봤다. 10명 넘게. 다 탈락이다. 왜? 기술 스택이 안 맞아서. 어떤 사람은 React만 한다. 백엔드 모른다. 어떤 사람은 Java Spring만 한다. Node.js 모른다. 어떤 사람은 백엔드만 한다. 프론트 모른다. 대표가 말한다. "다 할 줄 아는 사람 뽑아야지." 근데 그런 사람은 안 온다. 왜? 여기보다 좋은 데 간다. 결국 못 뽑는다. 나는 계속 혼자다. 역설이다. 다 할 줄 아는 사람은 희귀하다. 근데 회사는 그런 사람을 원한다. 나는 다 할 줄 안다. 근데 다 못한다. 다 중간이다. 진짜 잘하는 사람은 하나를 깊게 한다. 그 사람들이 대우받는다.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고민한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 3년 더 이러면 6년 차가 된다. 근데 실력은 3년 차다. 선택이 필요하다. 프론트를 깊게 팔까? React 전문가? 백엔드를 깊게 팔까? Node.js 아키텍트? 인프라를 깊게 팔까? DevOps 엔지니어? 근데 선택이 안 된다. 회사에서 다 해야 한다. 이직해야 한다. 전문화된 팀으로. 프론트팀 있고 백엔드팀 있는 곳. 한 가지만 깊게 할 수 있는 곳. 근데 연봉이 걱정이다. 경력 3년인데 깊이는 1년이면 주니어 연봉 받을까? 그래도 가야 한다. 지금 여기 있으면 계속 얕다. 넓고 얕은 5년 차보다 좁고 깊은 3년 차가 낫다.풀스택이라는 말이 멋있게 들렸다. 이제는 함정이 보인다. 다 하는 것과 다 잘하는 것은 다르다. 내년에는 하나를 깊게 파고 싶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입버릇 '제가 볼게요': 모든 문제의 흡수 지점이 되어버린 나

입버릇 '제가 볼게요': 모든 문제의 흡수 지점이 되어버린 나

입버릇 '제가 볼게요': 모든 문제의 흡수 지점이 되어버린 나 "제가 볼게요." 오늘도 이 말을 했다. 세 번째다. 아침 10시, "이 버그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제가 볼게요." 점심 1시, "DB 느린데 최적화 가능한가요?" → "제가 볼게요." 오후 4시, "결제 모듈 이상한 것 같은데..." → "제가 볼게요." 이게 언제부터였나. 입사하고 한 달쯤 지났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엔 프론트만 하려고 들어왔다. 그런데 백엔드 개발자가 퇴사했다. 대표가 물었다. "Node.js 할 줄 아시죠?" 할 줄 안다고 했다. 실수였다.흡수 지점의 탄생 처음엔 나쁘지 않았다. "이것도 할 줄 아세요?" "네, 해봤습니다." "저것도 가능하세요?" "해보겠습니다." 배우는 게 좋았다. 풀스택이라는 타이틀도 괜찮았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기술 스택이 늘어났다. React, Node.js, PostgreSQL, Redis, Docker, AWS. 뭐든 할 수 있다는 느낌.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기분. 그런데 6개월이 지나자 달라졌다. "이거 누가 해요?" → 나 "저거 담당자가 누구죠?" → 나 "이 문제 아는 사람?" → 나 모든 질문의 끝이 나였다. 프론트 버그도 나, 백엔드 에러도 나, DB 쿼리 최적화도 나, 배포도 나, 모니터링도 나. 심지어 디자인 시안 검토도 "개발자 의견 좀 들어볼까요?" 하면 나였다. 입버릇이 됐다. "제가 볼게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개발자가 없으니까.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까. 해결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오늘 중으로'라는 주문 더 문제인 건 다음 말이었다. "오늘 중으로 될 거예요." 이것도 입버릇이 됐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다. 월요일 아침, 대표가 물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결제 모듈 붙일 수 있어요?" "네, 될 거예요." 화요일 점심, 기획자가 물었다. "이 기능 이번 주 안에 나올 수 있나요?" "오늘 중으로 확인해드릴게요." 수요일 오후, 디자이너가 물었다. "이 UI 수정 언제까지 가능해요?" "내일까지 될 거예요." 목요일 저녁, 나는 터미널 앞에 앉아 있었다. 해야 할 일 목록을 봤다.결제 모듈 연동 (50% 완료) 신규 기능 개발 (30% 완료) UI 수정 7건 (0% 완료) 기존 버그 수정 3건 (0% 완료) API 성능 개선 (계획만)전부 "될 거예요"라고 말한 것들이었다. 시계를 봤다. 오후 7시. 퇴근 시간은 지났다. 에너지 드링크를 땄다. 두 번째였다. "오늘 중으로" 해야 했다.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새벽 3시에 퇴근했다. 다음 날 11시에 출근했다. 대표가 물었다. "어제 말한 거 됐어요?" "네, 됐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잠을 안 자면 됐다.24시간 온콜 시스템 더 심각한 건 따로 있었다. 장애 알림이었다. 새벽 2시, 핸드폰이 울렸다. 슬랙 알림. "서버 응답 없음." 눈을 떴다. 노트북을 켰다. AWS 콘솔에 접속했다. EC2 인스턴스가 죽어 있었다. 재시작했다. 다시 잤다. 새벽 4시, 또 울렸다. "DB 연결 오류." 일어났다. RDS를 확인했다. 커넥션 풀이 터졌다. 코드를 수정했다. 배포했다. 알람을 껐다. 아침 7시, 또 울렸다. 이번엔 전화였다. 대표였다. "고객이 결제가 안 된대요." 침대에서 일어났다. 노트북으로 로그를 확인했다. PG사 API가 타임아웃이었다. 재시도 로직을 추가했다. "지금 됩니다." 전화를 끊었다. 10시에 출근했다.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고생했어요. 오늘은 일찍 퇴근하세요." 일찍 퇴근이 뭔지 몰랐다. 7시에 나갔다. 집에 도착했다. 9시였다. 씻고 침대에 누웠다. 10시에 슬랙이 울렸다. "급한 건데요, 내일 아침까지 이거 가능한가요?" 노트북을 다시 켰다. 혼자라는 것의 무게 문제는 간단했다. 나 말고 없었다. 코드리뷰를 해줄 사람이 없었다. 내 코드가 맞는지 틀린지 몰랐다. 스택오버플로우만 믿었다. GPT한테 물어봤다. 그래도 확신이 없었다. 페어 프로그래밍을 할 사람이 없었다. 막히면 혼자 끙끙댔다. 3시간 동안 버그를 찾았다. 오타였다. 누군가 옆에서 봤으면 5분이면 찾았을 것이다. 휴가를 갈 수 없었다. 작년에 3일 휴가를 냈다. 이틀째 되는 날 전화가 왔다. "서버가 안 되는데요." 휴가지에서 노트북을 켰다. 나머지 하루는 호텔에서 코딩했다. 백업이 없었다. 내가 아프면? 내가 사고 나면? 서비스가 터진다. 그 생각에 병원도 못 갔다. 작년에 독감 걸렸을 때도 재택으로 일했다. 38도 열이 나는데 코드를 짰다. 이게 맞나 싶었다. 채용 공고의 빈자리 6개월 전부터 채용 공고를 냈다. "주니어 개발자 채용" "경력 1년 이상" "풀스택 환영" 지원자는 많았다. 면접을 봤다. 문제는 내가 면접을 봐야 한다는 거였다. 화요일 오후 2시, 면접 일정이 잡혔다. 오전에 급한 버그가 터졌다. 고객사 데모가 3시였다. 면접을 미뤘다. 목요일 오후 4시, 다시 잡았다. 오후 1시에 서버 장애가 났다. 원인을 찾는데 3시간 걸렸다. 면접 시간에 장애를 해결하고 있었다. 지원자한테 사과 메일을 보냈다. 다음 주 월요일, 세 번째 시도. 이번엔 면접을 봤다. 30분 동안 기술 질문을 했다. "우리 서비스는요..." 설명하다가 슬랙이 울렸다. "급한 건데요." 면접 중간에 노트북을 켰다. 그 지원자는 합격 통보를 거절했다. 당연했다. 나라도 안 왔을 것이다. 지금까지 15명을 면접 봤다. 합격 통보를 한 사람이 4명. 실제로 입사한 사람은 0명이었다. "연봉 조건이 안 맞아요", "업무 범위가 너무 넓어요", "다른 곳으로 결정했습니다." 다 이해했다. 여기 오면 나처럼 된다. 누가 오겠나. 기술 부채라는 시한폭탄 코드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6개월 전에 짠 코드였다. 주석이 없었다. 변수명이 'temp', 'data', 'result'였다. 뭐 하는 코드인지 몰랐다. 내가 짠 코드인데. 급하게 짠 코드들이었다. "오늘 중으로"를 지키려고 막 짰다. 테스트 코드? 없었다. 리팩토링? 시간이 없었다. 일단 돌아가게만 만들었다. 그게 쌓였다. 이제는 새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무서웠다. 어디가 터질지 몰랐다. A를 수정하면 B가 깨졌다. B를 고치면 C가 망가졌다. 스파게티 코드의 정석이었다. 리팩토링을 하고 싶었다. 주말에 시도했다.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 오후 3시에 슬랙이 울렸다. "고객사 데모 준비 됐나요?" 월요일이었다. 준비 안 됐다고 말할 수 없었다. 리팩토링을 멈췄다. 데모 준비를 했다. 일요일 저녁에 다시 시도했다. 밤 11시에 장애 알림이 왔다. 리팩토링하다가 뭔가 건드린 것 같았다. 롤백했다. 리팩토링 브랜치를 지웠다. 기술 부채는 계속 쌓였다. 언젠가 터질 것이다. 그때 나는 여기 있을까. 책임감이라는 올가미 이직을 생각했다. 여러 번. 작년 9월, 채용 공고를 봤다.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 "연봉 7000만원~", "워라밸 보장". 이력서를 썼다. 저장만 하고 보내지 않았다. 12월, 다시 봤다. "풀스택 개발자", "스타트업 경험자 우대". 이력서를 업데이트했다. 이번에도 안 보냈다. 올해 2월, 친구가 연락 왔다. "우리 회사 오면 어때?" 조건이 좋았다. 연봉도 오르고 팀도 있다. 고민했다. 거절했다. 왜? 책임감 때문이었다. 내가 떠나면 서비스가 터진다. 진짜로. 코드를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인수인계? 누구한테? 신입이 오면? 그 사람이 적응할 때까지 몇 개월이 걸린다. 그동안 누가 서비스를 유지하나. 대표한테 미안했다. 믿고 맡겼는데. 회사가 어려운 거 알았다. 직원이 12명밖에 안 됐다. 투자 유치도 힘들다고 했다. 개발자 연봉을 올려줄 여유가 없었다. 동료들한테도 미안했다. 내가 떠나면 그들도 힘들어진다. 기획자는 개발 일정을 못 잡는다. 디자이너는 구현 가능한지 물어볼 사람이 없다. 마케터는 기능 개발을 못 한다. 고객한테도 미안했다. 서비스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매일 쓰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떠나면 그들은? 그래서 못 떠났다. 책임감이 올가미가 됐다. 마지못한 '제가 볼게요' 요즘은 이 말을 할 때 감정이 없다. "제가 볼게요." 자동으로 나왔다. 반사 작용이었다.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어차피 내가 봐야 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오늘 오후, 기획자가 물었다. "이 버그 급한데, 오늘 중으로 될까요?" "제가 볼게요." 3초도 안 걸렸다. 무슨 버그인지도 안 봤다. 일단 받았다. 어차피 해야 할 것이다. 저녁, 대표가 물었다. "내일 미팅에서 데모 보여줘야 하는데, 이 기능 추가 가능해요?" "오늘 중으로 될 거예요." 시계를 안 봤다. 오후 6시였다. 퇴근 시간이었다. 그래도 말했다. "될 거예요." 습관이었다. 밤 11시, 아직 회사였다. 기능을 추가하고 있었다. 테스트를 돌렸다. 버그가 나왔다. 고쳤다. 또 버그가 나왔다. 고쳤다. 새벽 2시, 집에 왔다. 내일 아침 미팅이 9시였다. 6시간 자면 됐다. 괜찮았다. 어제도 그랬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셨다. 오늘 네 번째였다."제가 볼게요." 오늘도 다섯 번 말했다. 내일은 몇 번 말하게 될까.

이직 공고는 6개월째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떠나면 누가?

이직 공고는 6개월째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떠나면 누가?

이직 공고는 6개월째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떠나면 누가? 6개월째 올라가 있는 공고 채용공고 올린 게 2월이었다. 지금 8월이다. "풀스택 개발자 채용합니다. React, Node.js, AWS 경험자 우대.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 합류하실 분." 6개월 동안 지원자 12명. 서류 통과 4명. 면접 본 사람 2명. 합격 통보한 사람 1명. 실제로 온 사람 0명. 마지막 합격자는 처음엔 온다고 했다. 연봉 4500만원에 합의했고, 입사일도 잡았다. 근데 입사 일주일 전에 연락 왔다. "죄송한데요,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조건이 나와서요." 그 '다른 곳'은 네이버였다. 연봉 7000만원에 재택 주 2회. 나도 그쪽 갔을 거다.나도 지원자를 면접 본다 면접관이 되는 건 처음이었다. 대표랑 같이 봤다. 첫 번째 지원자는 신입이었다. 포트폴리오는 괜찮았다. 근데 질문을 하는데 대답이 너무 길었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건..." 5분. 나는 코드를 보고 싶었다. 두 번째 지원자는 경력 2년. 나랑 비슷했다. 기술 질문은 잘 대답했다. 근데 마지막에 물었다. "야근 많나요?" 대표가 "거의 없어요"라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면접 끝나고 대표가 물었다. "어때요?"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라고 했다. 솔직히는 잘 모르겠다. 코드를 같이 짜봐야 아는데, 면접에서는 그럴 수 없잖아. 결과적으로 둘 다 떨어졌다. 신입은 급여 협상에서, 경력직은 다른 회사 갔다. 면접 볼 시간도 없다 세 번째 지원자가 왔을 때 나는 장애 처리 중이었다. AWS Lambda가 터졌다. 메모리 초과.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고쳤는데 10시 면접이었다. 씻지도 못했다. 면접장에 들어가면서 대표가 귓속말했다. "상태 좀 그러네요." 안다. 나도 안다. 지원자는 잘 준비해왔다. 우리 서비스도 써봤고, 개선점도 준비했다. 근데 나는 계속 슬랙 알림이 신경 쓰였다. CPO가 메시지 보냈다. "결제 또 안 돼요." 면접 중간에 화장실 간다고 나와서 급하게 코드 수정했다. 5분 만에 배포하고 들어갔다. 지원자는 이상한 눈으로 봤다. 그 사람도 안 왔다. 당연하다. 나도 나한테 안 왔을 거다.채용이 안 되는 이유를 안다 경쟁력이 없다. 간단하다. 우리 회사: 연봉 4500만원, 스톡옵션 0.3%, 재택 월 2회, 혼자 일함, 온콜 24시간. 다른 회사: 연봉 6000만원, 재택 주 3회, 팀 5명, 정시 퇴근, 복지 좋음. 누가 봐도 답은 명확하다. 나도 이직하고 싶다. 대표는 말한다. "초기 멤버니까 성장 가능성이 있죠." 가능성은 밥 먹여주지 않는다. 나도 6개월째 가능성만 먹고 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새 사람 들어오는 게 부담이다. 혼자 짠 코드라서 주석도 없고, 구조도 엉망이다. DB 스키마는 3번 바뀌었고, API는 RESTful하지도 않다. 이걸 설명하려면 한 달은 걸린다. 그 한 달 동안 누가 내 일을 하나. 나다. 결국 더 바빠진다.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가 없다 지난달에 이력서 넣었다. 3곳. 다 좋은 곳이었다. 면접도 2곳 봤다. 분위기도 괜찮았고, 조건도 좋았다. 연봉은 6500만원, 재택 주 2회, 팀은 8명. 근데 오퍼 받고 나니까 고민이 됐다. 내가 떠나면 누가 이 서비스를 운영하나. 대표는? CPO는? 디자이너는? 다들 코드 한 줄 못 짠다. DB 백업 스크립트는 나만 안다. AWS 계정 권한도 나만 있다. 배포 프로세스는 문서화 안 돼 있다. 왜냐면 나 혼자 하니까 문서화할 필요가 없었다. 인수인계를 하려면 최소 2개월. 근데 후임자가 없다. 6개월째 안 구해지는데.죄책감이라는 족쇄 어제 또 장애가 났다. 저녁 8시. 결제 모듈이 터졌다. PG사 API가 바뀌었는데 우리는 업데이트 안 했다. 1시간 동안 결제가 안 됐다. 매출 손실 약 200만원. 급하게 고쳤다. 밤 11시에 해결했다. 대표가 슬랙에 썼다. "수고했어요. 덕분에 해결됐네요." 그 메시지를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도 못 고쳤을 거다. 서비스는 며칠 죽어 있었을 거고, 유저는 다 떠났을 거고, 회사는 망했을 거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여기는 나 없이 하루도 못 돌아간다. 그게 자부심인지 족쇄인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거다. 인생이 멈춰 있다 친구들은 다들 앞으로 간다. 전 직장 동기는 결혼했다. 집도 샀다. 대출 받았지만 그래도 샀다. 나는 월세다. 결혼은 생각도 못 한다. 대학 선배는 팀장이 됐다. 부하 직원 3명 관리한다고 고민한다. 나는 내 코드도 관리 못 한다. 고등학교 친구는 육아휴직 들어갔다.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휴가도 못 쓴다. 3일 쓰려면 2주 전에 말해야 하고, 그 사이에 장애 나면 복귀해야 한다. 다들 삶이 진행되는데 나만 여기 정지돼 있다. 채용공고랑 같이. 대표는 낙관적이다 오늘도 대표가 말했다. "곧 좋은 분 오실 거예요." 6개월째 듣는 말이다. 처음엔 믿었다. 지금은 안 믿는다. "채용 조건 좀 더 올려볼까요?" 예산이 없다. 시리즈A 투자 유치하면 그때 가능하다. 근데 투자 받으려면 서비스가 잘 돌아가야 한다. 서비스가 잘 돌아가려면 내가 있어야 한다. 순환논리다. 빠져나갈 수가 없다. "일단 3개월만 더 버텨봐요. 그때까지 꼭 구할게요." 3개월 뒤엔 또 3개월이다. 알고 있다. 채용공고를 다시 본다 어제 채용공고를 수정했다. 7번째 수정이다. "React, Node.js, AWS 필수" → "React, Node.js 우대" "경력 2년 이상" → "경력 무관" "스타트업 경험자 우대" → "스타트업 관심 있으신 분" 조건을 계속 낮춘다. 그래도 안 온다. 댓글도 달렸다. "여기 개발자 혼자라던데 맞나요?" "야근 많다는 후기 봤는데요." "왜 계속 채용하는 거예요?" 대답할 말이 없다. 다 맞는 말이니까. 오늘도 혼자다 출근했다. 자리는 내 거 하나뿐이다. 옆자리는 6개월째 비어 있다. 노트북 거치대도 먼지 쌓였다. 마우스도 그대로다. 준비는 다 돼 있다. 사람만 없다. 슬랙 알림 왔다. "이거 오늘 중으로 되나요?" 된다. 내가 하니까. "DB 백업 확인 부탁드려요." 확인한다. 나만 할 수 있으니까. "배포 언제 하실 거예요?" 오늘 밤에 한다. 혼자 하니까. 모든 메시지의 끝은 나다. 시작도 나고, 중간도 나고, 끝도 나다. 그래도 채용공고는 여전히 올라가 있다. "풀스택 개발자 채용합니다." 읽을 때마다 웃긴다. 풀스택이 아니라 "대체 인력" 채용이다. 나를 대체할 사람. 나를 해방시킬 사람. 그 사람이 올까. 모르겠다. 와도 적응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오기 전에 내가 무너지진 않을까. 그것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하나다. 오늘도 나는 여기 있다. 혼자서.6개월째 채용공고는 올라가 있고, 나는 여전히 혼자서 모든 걸 한다. 이게 성장인지 정체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버티는 거다. 언젠가 누군가 올 때까지.

에너지 드링크 하루 2캔, 내 생명줄

에너지 드링크 하루 2캔, 내 생명줄

에너지 드링크 하루 2캔, 내 생명줄 아침 9시, 첫 번째 캔 눈 뜨자마자 손이 간다. 침대 옆 테이블. 핫식스 250ml. 따는 소리가 익숙하다. 푸슈. 첫 모금. 탄산이 목을 긁는다. 이제 시작이다. 씻지도 않고 노트북 켠다. 슬랙 확인. 새벽 3시에 온 메시지가 있다. "내일 아침까지 이거 급한데요." 내일이 오늘이다. 웃긴다.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기 시작한 게 언제였나. 정확히 기억난다. 2년 전. 첫 스타트업 입사 2주차. "개발자면 밤샘 정도는 해야지."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농담 같았다. 진담이었다. 그날 밤 11시까지 일했다. 집에 가니 1시. 씻고 누우니 2시. 다음날 9시 출근. 6시간 잤다. 졸렸다. 동료가 건넸다. 핫식스. "이거 먹으면 깬다." 마셨다. 30분 후 정신이 들어왔다. 신기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점심 먹고, 두 번째 캔 12시 반. 점심은 김밥천국. 돈까스 6500원. 먹으면서 노트북 본다. AWS 비용 알림. 또 올랐다. RDS 인스턴스가 문제다. 쿼리 최적화 해야 하는데. "오늘 해야지." 이미 2주째 미루는 중이다. 1시. 사무실 복귀. 졸음이 온다. 점심 먹으면 당연하다. 오후 2시가 고비다. 냉장고를 연다. 레드불. 두 번째 캔.카페인 함량을 아냐. 핫식스 250ml: 62.5mg 레드불 250ml: 80mg 하루 두 캔이면 140mg 정도. 의학 자료 찾아봤다. 성인 권장량 400mg 이하. "아직 괜찮네." 이게 내 논리다. 근데 커피도 마신다. 아메리카노 2잔. 카페인 200mg 추가. 합계 340mg. 권장량 안쪽이다. "문제없어." 스스로를 속인다. 오후 4시, 슬럼프 카페인이 떨어진다. 몸이 안다. 집중력이 흐려진다. 코드가 안 보인다. 세 번째 캔을 고민한다. "참자. 저녁에 마시자." 10분 버틴다. 안 된다. 냉장고로 간다. 몬스터 에너지 355ml. 카페인 120mg. "오늘만." 매일 하는 말이다.친구가 물었다. 작년에. "그거 몸에 안 좋다며?" 안다. 당연히 안다. "끊을 거야." 3개월째 못 끊었다. 이유가 있다. 끊으면 일을 못 한다. 시도해봤다. 2주 전. "이번엔 진짜 끊는다." 첫날. 오전 11시부터 졸렸다. 코드 3줄 쓰는데 30분 걸렸다. 머리가 안 돌아갔다. 점심 먹고 더 심해졌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오후 3시. 대표가 불렀다. "이 기능 오늘 안에 되죠?" "...네." 냉장고로 갔다. 포기했다. 건강검진 결과지 지난달 받았다. 회사 단체 검진. 간 수치. 경계. 혈압. 높음. 수면의 질. 불량. 의사가 말했다. "스트레스 관리하세요. 카페인 줄이시고요." "네." 대답만 했다. 다음날부터 똑같았다. 아침 1캔, 점심 후 1캔. 바꿀 수가 없었다. 일정이 그대로인데. 혼자 하는 개발. 마감은 촘촘하다. 속도를 낼 방법은 카페인뿐이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 작년에 읽었다. 어떤 개발자 블로그. "카페인은 빚이다. 지금 집중력을 미래에서 빌려오는 것." 맞는 말이다. 안다. 근데 미래는 나중 문제다. 지금이 급하다. 오늘 배포 못 하면 내일 회의에서 까인다. 내일 회의에서 까이면 다음 주 일정이 더 빡빡해진다. 악순환이다. 끊을 타이밍이 없다. 밤 10시, 마지막 고민 퇴근 준비한다. 가방에 노트북 넣는다. 집에서 좀 더 해야 한다. 배포 전에 테스트. 냉장고를 본다. 레드불 1캔 남았다. "가져갈까." 고민한다. 5초. 가방에 넣는다. 집에 가는 지하철. 캔을 꺼낸다. 차갑다. 아직 안 땄다. "집 가서 마시자. 진짜 급할 때만." 11시. 집 도착. 노트북 켠다. 테스트 돌린다. 에러 3개. "씨발." 캔을 딴다. 푸슈. 마신다. 익숙한 맛이다. 새벽 2시까지 작업한다. 배포 완료. 침대에 눕는다. 잠이 안 온다. 카페인 때문이다. 당연하다. 유튜브를 켠다. 아무거나 본다. 4시가 돼서야 잔다. 6시간 후 알람이 울린다. 손이 또 간다. 침대 옆 테이블. 새로 산 핫식스 6캔 박스. "오늘도 화이팅."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게 정상인가 가끔 생각한다. 이게 정상적인 삶인가. 20대 후반. 건강검진에서 경고. 에너지 드링크 없으면 일 못 함. 주말에도 마신다. 습관이 됐다. 친구들 만나도 들고 간다. "너 그거 또 마셔?" "어. 몸이 찾네." 농담처럼 말한다. 웃긴 게 아니다. 전 회사 선배가 말했다. 2년 전. "개발자는 체력이다. 건강 챙겨." 못 챙긴다. 방법을 모른다. 일을 줄일 수 없다. 혼자 하는데. 카페인을 끊을 수 없다. 대안이 없다. 운동? 시간이 없다. 수면? 부족하다. 알고 있다. 건강한 식습관? 웃기는 소리다. 근데 재밌는 게 있다. 회사 냉장고 에너지 드링크. 내가 90% 먹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가끔 한 캔. 나는 하루 2~3캔. 기획자가 물었다. 지난주. "이거 누가 이렇게 먹어요?" "...저요." "헐. 건강 괜찮아요?" "괜찮아요." 거짓말이다. 끊을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이직하면 나아질까. 그것도 모른다. 대기업 가면 야근 없을까. 아니다. 거기도 바쁘다. 스타트업이 문제가 아니다. 개발 문화가 문제다. "빨리빨리." "오늘 안에." "내일 아침까지." 이게 당연한 세상이다. 버티려면 카페인이 필요하다. 다들 마신다. 커피든 드링크든. 나만 유난히 많이 마실 뿐이다. 언젠가 끊고 싶다. 30살 되기 전에. 아니면 결혼하기 전에. 아니면... 몸이 망가지기 전에. 근데 지금은 아니다. 오늘 마감이 있다. 내일 회의가 있다. 다음 주 배포가 있다. "나중에." 또 미룬다. 냉장고에 캔이 4개 남았다. "내일 사야겠다." 이미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핫식스 24캔. 무료배송.오늘도 캔을 딴다. 푸슈. 이게 내 삶이다.

전 직장 동기: '너 아직 거기야?' 그 한 마디

전 직장 동기: '너 아직 거기야?' 그 한 마디

카톡이 왔다 전 직장 동기 단톡방에 메시지가 떴다. "다들 연말 회식 언제야? 우리 것도 12월 20일로 잡혔는데" 누군가 답했다. "우리는 15일. 팀장님이 예약하셨대." 팀장. 그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터미널을 봤다. 빌드 에러. 또. "민준아, 너는?" 이름이 호명됐다. 3초 고민했다. "우리는 아직. 12명이라 언제든지 가능할 듯ㅋ" ㅋ을 붙였다. 안 웃긴데.3년 전 우리는 같았다 신입 동기 5명. 모두 같은 SI 회사 입사. 우리는 똑같이 야근했다. 똑같이 불만 있었다. 똑같이 "여기서 배우고 나가자"고 했다. 2년 차 되자 하나둘 떠났다. 재훈이는 네이버. "이제 좀 숨통 트인다." 수진이는 카카오. "복지 미쳤어. 진짜." 동욱이는 삼성전자. "연봉이... 어, 많이 올랐어." 나도 이력서 넣었다. 면접도 몇 개 봤다. 근데 스타트업 대표가 연락 왔다. "민준씨 포트폴리오 봤는데, 우리 초기 멤버로 어때요?" 스톡옵션 0.5%. "상장하면 억 단위예요." 그때는 믿었다. 진짜로. 지금 그들은 재훈이 인스타 스토리. 팀 회식 사진. "우리 팀 최고👍" 팀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수진이 링크드인 업데이트. "Promoted to Senior Engineer" 3년 만에 시니어. 나는 여전히 주니어도 시니어도 아닌 '개발자'. 동욱이는 결혼 준비 중이래. "연봉도 올랐고, 이제 좀 안정됐어." 안정. 그 단어가 낯설다. 나는? AWS 콘솔 보다가 비용 알림 받고 식겁했다. "이번 달 $2,300 넘었습니다." 대표님께 슬랙 보냈다. "AWS 비용 최적화 필요합니다." 답장. "급한가요? 일단 기능 개발 먼저..."너 아직 거기야 추석 때 만났다. 동기 5명 중 4명. 재훈이가 물었다. "민준아, 너 그 스타트업 아직 있어?" "응. 아직." "거기 몇 명이라고 했지?" "12명." "아직도 12명이야?" "...응." 침묵. 짧았지만 길었다. 수진이가 끼어들었다. "근데 거기 재밌잖아. 네가 다 만드는 거." 고마웠다. 근데 위로는 아니었다. 동욱이가 말했다. "우리 회사 개발자 채용 중인데, 관심 있으면..." "아, 괜찮아. 지금 프로젝트 마무리 중이라." 거짓말이었다. 프로젝트는 언제나 진행 중이다. 마무리는 없다. 집에 와서 맥주 마셨다. 혼자. '너 아직 거기야?'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아직. 그 단어가 칼처럼 박혔다. 우리는 다른 길을 간다 그들은 팀이 있다. 나는 혼자다. 그들은 온보딩 받은 신입을 가르친다. 나는 스택오버플로우가 선배다. 그들은 장애 나면 시스템팀 부른다. 나는 내가 시스템팀이다. 그들은 코드리뷰 받는다. 나는 머지 버튼 누를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거 맞나?" 그들은 연차 쓴다. 나는 연차 써도 슬랙 확인한다. 그들은 퇴근한다. 나는 '오늘은 일찍'이 10시다. 다른 건 당연하다. 대기업이랑 스타트업은 다르니까. 근데 가끔 생각한다. '나는 뭘 얻고 있는 거지?'그래도 나한테 있는 것 전체 서비스 아키텍처를 안다. 다. 프론트 어디서 API 호출하는지. 백엔드 어떻게 처리하는지. DB 스키마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모른다. 내가 설계했으니까. 장애 나면 10분 안에 원인 찾는다. 로그 어디 찍히는지 다 알아서. AWS 인프라 구조도 머릿속에 있다. CloudFormation 템플릿 내가 짰으니까. 배포 파이프라인도 내가 만들었다. CI/CD 전부. 이게 3년 치 경험이다. 대기업 동기들은? 레거시 코드 일부만 본다. 담당 모듈만. "전체 서비스 구조요? 저도 잘..." 팀장한테 물어보래. 나는? 물어볼 사람이 없다. 내가 다 안다. 어쩔 수 없이. 이게 강점이다. 분명히. 근데 왜 자신이 없지? 이력서를 열었다 새벽 2시. 배포 끝났다. 이력서 파일을 열었다. 1년 전 작성한 거. 경력기술서 쓰기 시작했다. "풀스택 개발자로서 서비스 전체를 담당..." 지웠다. 너무 포괄적이다. "React, Node.js, PostgreSQL, AWS..." 기술스택만 나열하면 뭐하나. "사용자 10만 명 규모 서비스 단독 개발 및 운영..." 이건 좀 괜찮다. 근데 증명할 수 있나? 대표님께 추천서 부탁하면? "지금은 안 돼요. 프로젝트 끝나고..." 동료 추천은? 동료가 없는데. 시니어 검증은? 시니어가 없는데. 이력서 창을 닫았다. 모니터에 슬랙 알림. 대표님. "민준씨, 내일 오전에 급한 기능 하나만..." "네. 확인했습니다." 이력서는 다음에. 단톡방 메시지 "민준아 요즘 어때?" 수진이가 물었다. "응 그냥. 바빠." "너 진짜 혼자 다 해? 아직도?" "ㅇㅇ 곧 개발자 뽑는대." 6개월째 같은 말. "너 이직 생각은?" "있긴 한데, 지금은..." "지금은?" "프로젝트 마무리해야 돼서." 또 같은 핑계. 재훈이가 끼어들었다. "야 근데 솔직히 너 그 회사 떠나면 서비스 터지는 거 아니야?" "...ㅋㅋ 그럴 수도." "그럼 연봉협상 제대로 해야지. 너 없으면 안 되는 거잖아." 해봤다. 작년에. "민준씨 지금 급여도 스타트업 치고 적지 않아요." 적다. 대기업 동기들 연봉 들으면. "나중에 상장하면..." 나중은 언제인데. 메시지 입력창에 커서만 깜빡였다. 지웠다. 보내지 않았다. 장애가 터졌다 토요일 오후 3시. 친구들이랑 약속 있었다. 슬랙 알림 20개. 전화 5통. "서비스 안 돼요!" "결제 오류 나요!" "DB 연결 끊겼어요!" 옷 입다 말고 노트북 켰다. 로그 확인. DB 커넥션 풀 초과. 쿼리 하나가 테이블 전체를 스캔하고 있었다. 누가 배포했지? 나다. 어제 새벽에. "30분이면 됩니다." 친구들한테 카톡. "미안 좀 늦을 것 같아." 1시간 걸렸다. 쿼리 수정, 배포, 모니터링. 도착했을 때 다들 식사 끝나고 있었다. "야 미안. 장애가..." "괜찮아. 근데 너 진짜 힘들겠다." 힘든 게 아니다. 익숙한 거다. 더 무섭다. 이게 성장인가 대표님이 말했다. "민준씨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뭐가 성장했지? 기술스택은 늘었다. React, Vue, Svelte 다 해봤다. 필요하니까. AWS 서비스도 20개 넘게 만져봤다. 비용 줄이려고.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장애 빨리 찾으려고. CI/CD 파이프라인도 3번 갈아엎었다. 배포 시간 줄이려고. 근데 이게 성장인가? 아니면 생존인가? 대기업 동기들은 '이번 분기 OKR'을 얘기한다. 나는 '오늘 할 일'도 못 끝낸다. 그들은 '커리어 패스'를 고민한다. 나는 '내일 출근'을 고민한다. 성장과 생존의 경계가 흐릿하다. 링크드인을 켰다 채용 공고가 떴다.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 모집 - 네이버" 자격요건 봤다. "5년 이상 경력..." 나는 3년. 탈락. 근데 실무 경험은? 혼자 다 했는데? "대규모 트래픽 처리 경험..." 우리 서비스 DAU 5만. 대규모는 아니다. "MSA 아키텍처 설계 및 운영..." 모놀리식이다. 쪼갤 인력이 없어서. "코드리뷰 및 주니어 멘토링..." 코드리뷰 받아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하나. 창 닫았다. 내 경험은 독특하다. 깊이는 있는데 폭이 좁다. 아니, 폭은 넓은데 검증이 없다. 시장이 원하는 건 '검증된 전문성'. 나한테 있는 건 '검증 안 된 올라운더'. 그래도 못 떠난다 이력서 넣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근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 결제 모듈. 내가 짰다. 나만 안다. 배포 스크립트. 주석도 없다. 나만 돌릴 수 있다. DB 마이그레이션. 순서 틀리면 터진다. 나만 순서 안다. 모니터링 대시보드. 알람 기준 내가 정했다. 내가 떠나면? 서비스 터진다. 100%. 대표님이 새 개발자 뽑으면? 인수인계 3개월 걸린다. 최소. 그 사이에 장애 나면? 대표님이 고친다고? 불가능. 책임감? 아니다. 죄책감이다. 여기까지 만든 게 나니까. 무너지는 거 보기 싫어서. 그게 날 붙잡는다. 동기 모임에서 연말 모임. 4명 모였다. 재훈이가 말했다. "나 내년에 팀장 달 것 같아." "오 축하해." 수진이도. "나도 승진 심사 들어갔어." "대박." 동욱이는. "우리 팀 신입이 두 명 들어와. 가르치느라 바빠." "좋겠다." 내 차례. "민준이 너는?" "나? 음..." 뭐라고 하지. "연봉 조금 올랐어." 200만원. 4800에서 5000. "그래도 혼자 하는 거 힘들지 않아?" "힘들긴 한데... 뭐." 말을 흐렸다. "근데 거기 상장은 언제 해?" "...모르겠어. 대표님은 내년에 시리즈B 받는다는데." 작년에도 들었던 말. "민준아." 재훈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너 거기서 배울 건 다 배운 것 같은데." 배울 건 다 배웠나? 아니다. 아직 모르는 게 많다. 근데 배울 '사람'이 없다. 새벽 3시의 생각 배포 끝났다. 모니터링 확인. 정상.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동기들은 조직 안에서 성장했다. 나는 혼자서 버텼다. 누가 더 나은가?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들은 '우리 팀'이라고 말한다. 나는 '우리 회사'라고 말한다. 근데 속으론 '내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이게 자부심인가, 집착인가. 경계가 없다. 눈 감았다. 슬랙 알림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없는데도. 내일도 출근한다 알람. 10시. 일어났다. 샤워하고 커피 내렸다. 노트북 켰다. 슬랙 확인. 대표님 메시지. "민준씨 오늘 회의 있어요. 11시." "네." 터미널 열었다. git pull 쳤다. 어제 내가 푸시한 코드. 나만 본다. 이게 일상이다. '너 아직 거기야?' 아직. 아직이다. 언제까지? 모른다. 떠날 수 있나? 아마도. 떠날 건가? ...모르겠다. 에너지 드링크 캔 땄다. 오늘도 시작이다. 혼자서.여전히 원맨밴드다. 근데 이 곡은 나만 연주할 수 있다. 그게 자랑인지 한계인지, 아직 모르겠다.